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채 상병 순직사건과 관련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교체 여부에 대해 유임 방침을 밝혔다. 채 상병의 소속 부대장이었던 임성근 해병 1사단장에 대해선 경질이 아니라 보직을 바꾸겠다고 했다.
이는 법규상 월권의 소지가 있다. 군 인사법(19조)에 따르면 해병대사령관은 해군참모총장의 추천을 받아 국방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있다. 주요 전투부대장인 해병 1사단장의 경우도 비슷하다.
다만 최종 인사 결과는 신 장관의 공언과는 조금 달랐다. 임 사단장은 유력시됐던 합참 전투준비태세검열실장 대신 정책연수를 떠나게 됐다. 보직 변경이 아니라 보직이 없어진 것이다.
해병대의 소장 직위는 모두 4개다. 임 사단장이 소장 계급은 유지한 채 연수를 가면서 이 가운데 부사령관 직위는 비게 됐다. 해병대는 합참에 있던 준장을 이동시켜 부사령관 대리로 임명했지만 그에 따른 또 다른 공백이 불가피하다.
여파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인사에서 육‧해‧공군 수뇌부가 2~3년씩 확 젊어진 것과 달리 해병대는 인사 적체가 심화됐다. 중장‧소장 진급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육사 47기가 대장 진급하고 48기(해사 46기, 공사 40기)도 수방사나 해‧공군참모차장 등 중장으로 진급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병대는 해사 45기가 여전히 소장 자리에 머물러 있다.
결국 정종범 부사령관은 2사단장, 조영수 2사단장은 합참 전투준비태세검열실장, 주일석 전투준비태세검열실장은 1사단장으로 연쇄 이동하는 돌려막기 인사가 이뤄졌다.
더 희한한 것은 그 결과 조영수 2사단장은 전투준비태세검열실장을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맡게 된 점이다. 군의 핵심 직위를 두 차례 역임하는 것은 거의 유례가 없다.
이번 장군 인사를 놓고 뒷말이 나오는 대목은 또 있다. 국방부는 방첩사령관을 맡던 황유성 중장을 매우 이례적으로 합동참모차장에 보임했다. 국방부는 작전 특기인 황 중장이 해군 출신 합참의장을 보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황 중장은 주특기만 작전일 뿐 야전 지휘관을 제외하면 육군본부 군수참모부장, 기획관리참모부장, 전력계획차장 등을 역임했다. 김명수 합참의장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합참의 핵심 기능인 정보‧작전에 밝지 않은 셈이다.
황 중장의 보직 이동으로 신임 방첩사령관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 충암고 후배인 여인형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장이 임명됐다. 여인형 사령관은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과는 고교 뿐 아니라 육군사관학교도 각각 10년 후배가 된다.
여 사령관은 작전과 정책 분야에서 두루 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방첩사령관이라는 민감한 위치로 인해 발탁 배경을 놓고 여러 관측을 낳고 있다.
김용현 처장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로서 군 인사에도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데 이어, 군 정보를 장악한 방첩사령관까지 같은 고교 동문이 차지하는 것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선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