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침체가 장기화되며 국내 유통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 속 쿠팡만이 나홀로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쿠팡이 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3분기 매출은 61억8355만달러(약 8조1028억원·분기 환율 1310원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조8383억원) 대비 18% 증가했다. 달러 기준 매출은 21% 늘었다.
쿠팡이 분기 매출 8조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해 4분기 7조원 돌파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거랍 아난드 쿠팡 CFO는 컨퍼런스콜에서 "로켓그로스(FLC) 회계처리 기준은 지난 2분기부터 총액(gross)에서 순액(net) 기준으로 바뀌었는데, 만약 원래대로 회계 처리를 적용했다면 3분기 원화 매출 성장률은 18%보다 약 6.3% 높았을 것"이라며 사실상 24%대 성장한 결과라고 말했다.
3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가까이 증가하며 8748만달러(114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흑자다. 다만, 신사업 투자 등으로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 1억4764만달러(1939억원)보다 약 40% 감소하며 주가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규모는 3억4190만 달러(4448억원)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 1억9542만달러(2288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점과는 180도 다른 양상이다.
쿠팡의 사상 첫 연간 흑자가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인데, 여러 지표를 확인해 볼 때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소비 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도 쿠팡의 활성 고객(제품을 분기에 한번이라도 산 고객)은 전년 대비 14%가 늘어난 2042만명을 기록했다. 쿠팡의 고객 성장률은 1분기(5%), 2분기(10%) 등 매 분기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신규 고객이 230만명 새로 유입되고, 활성고객 1인당 매출도 303달러(39만704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하고 있다.
쿠팡 김범석 창업자는 쿠팡의 핵심 비즈니스에 대한 다년간의 투자와 고객 경험에 집중한 점을 호실적의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로켓배송·로켓프레시와 마켓플레이스 모두 상품군이 크게 넓어진 것이 실적을 견인했다"며 "로켓 상품군이 늘면 고객의 쿠팡 지출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모품(consumable) 같은 카테고리는 시장 평균보다 몇 배 빠른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본업 외에도 대만 사업, 쿠팡이츠, 쿠팡페이 등 신사업까지 전년 동기 대비 41% 성장한 2억1752만달러(28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점도 연간 흑자 달성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진출 1주년을 맞은 대만에서는 쿠팡 앱이 2분기부터 쇼핑 부문 다운로드 1위를 달리고 있고, 잠재력을 확인한 쿠팡은 내년 상반기 중 대만 3호 풀필먼트센터의 문을 연다.
또 쿠팡은 와우 멤버십에 올라탄 쿠팡이츠도 연말 점유율이 20%에 달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는데, 김 창업자는 "쿠팡이츠를 사용하는 와우 회원은 20%에 불과해 앞으로 더 성장 기회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종식된 이후에도 쿠팡의 성장세가 계속되면서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사업자들의 위기감은 더 커질 전망이다. 엔데믹 이후에 고물가·고금리 등이 겹치며 유통 강자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고 있지만, 쿠팡은 혜택 기반의 멤버십을 통해 충성 고객은 가둬놓고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쿠팡은 현재 600조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전체 유통시장에서 5% 안팎의 점유율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데, 핵심사업 강화와 신사업 분야에 대한 지속 투자를 통해 존재감을 더 키울 방침이다.
김 창업자는 "우리 활성 고객은 이제 2000만명이고 여전히 전체 시장점유율에서 한 자릿 수 시장점유율로, 지갑점유율이 낮다"며 "로켓배송 등과 로켓그로스를 통한 상품 확대로 고객 수와 지출액에서 더 높은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