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강도 혐의로 구속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달아났다가 사흘 만에 붙잡힌 김길수(36)가 '전세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금천경찰서는 이날 사기 혐의 등으로 김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받아 조만간 김씨를 조사할 계획이다.
한 고소인은 "전세계약이 만료됐는데 김씨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증금 규모는 2억 5천만 원 상당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올해 9월 23일 서울 금천구의 한 다세대주택 1개 호실을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기존 임차인의 전세자금을 이용하는 '갭투자' 방식으로 집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만간 김씨를 상대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나 의사가 있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해당 주택은 김씨의 도주 배경과도 닿아 있다. 나흘간 김씨를 추적해 온 경찰은 김씨가 임차인으로부터 해당 주택의 계약금 잔금을 받기 위해 도주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임대인'인 김씨가 오는 10일인 계약 만료일을 앞두고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1억 5천만원 상당의 임대차 계약금 잔금을 받기 위해 도주했을 가능성 등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오는 10일 임차인으로부터 계약금 잔금을 받기로 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그 돈을 확보할 경우 일부를 기존 사건(특수강도)의 변호인 선임비용으로 충당할 수 있었던 정황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씨는 도주 이유에 대해 "병원에서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우발적으로 마음먹은 것"이라고 계획 범죄를 부인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김씨는 특수강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경찰서 유치장에서 5cm길이 플라스틱 숟가락 손잡이를 삼키고 통증을 호소하다가 지난 2일 서울구치소에 수용됐다.
지난 4일에는 치료를 받기 위해 경기 안양시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을 방문했고, 당일 오전 6시 20분쯤 화장실을 이용하겠다며 보호장비를 풀어달라고 요청한 뒤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이후 김씨는 의정부시에 도착해 A씨를 만났고, 양주시로 이동해서는 친동생을 만나 옷을 갈아입었다. A씨와 친동생에게 현금 80만원을 건네받은 그는 서울 서울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 서울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을 거쳐 서울고속터미널 인근을 배회했다.
김씨는 주로 지하철이나 버스 등을 이용하며 경찰의 추적을 피했고 옷도 여러 차례 갈아입었다. 신용카드나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않고 현금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