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4인팟' 어쩌죠…계정 공유 제한에 시민들 '당혹'

계정 공유 4인→3인…가격은 늘고 혜택은 줄고
"가족끼리 공유하는 것도 단속?"…자취생들 불만
코로나19 이후 수익 줄자 신규 가입자 확보 나서는 OTT 업계
국내 OTT 업체는 당분간 이탈 소비자 공략 주력할 듯

넷플릭스 제공

코로나19 때 폭발적으로 성장해 20대 청년들의 일상에 자리매김한 OTT 서비스. OTT 서비스의 대표 격인 넷플릭스가 한국에도 계정 공유 유료화에 나서면서 가족, 친구 등과 계정을 공유했던 20대 청년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취업준비생 문장훈(29)씨는 4년 전부터 대학 연극 동아리 친구 3명과 함께 '넷플릭스 팟(파티)'을 꾸렸다. 평소 영화, 드라마 등을 즐겨보는 이들은 '계정 공유' 덕분에 용돈을 아껴야하는 대학생 때부터 가장 비싼 멤버십인 월 1만 7000원짜리 구독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2일 문씨는 넷플릭스로부터 '계정 공유를 제한한다'는 안내 메일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우선 기존 구독료에 추가 회원 수수료까지 붙으면서 한 번에 내야 하는 요금이 갑자기 늘었다. 이제부터 문씨가 매달 내던 기존 구독료 1만 7000원에 추가 회원 수수료 1만 원을 내야 지금처럼 다른 사람과 함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수수료를 더 내더라도 '넷플릭스 4인팟'은 4년 만에 위기에 빠졌다. 계정 공유 인원이 최대 3명으로 줄어들면서 4명 중 1명은 '팟'에서 빠져야 했기 때문이다.
 
문씨는 "아직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 (다른 팟도) 주로 네 명이 하나의 계정을 공유할 텐데 애매하게 (최대 공유 인원을) 3인으로 정한 의도를 잘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서울에서 대학원을 다니는 강모(26)씨의 반응도 문씨와 다르지 않았다. 강씨는 부산에 사는 가족들과 함께 넷플릭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는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끼리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가족들과도 계정을 공유하지 못하게 된다는 게 섭섭하다"며 "가족임을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계정 공유 유료화가) 성급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해외 유명 OTT 업체인 디즈니플러스도 '계정 공유 유료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디즈니플러스가 이번 달부터 프리미엄 신규 가입자의 요금을 4인 공유이용권을 기준으로 4000원 인상한 터라 누리꾼들의 반응은 더욱 차갑다.
 
실제로 누리꾼들은 SNS에 관련 기사들을 공유하며 '무빙 흥행으로 구독자가 느니까 공유를 금지한다', '1년 구독권 착실하게 결제하던 나랑 내 친구도 이번에 구독 끊기로 했다', '디즈니플러스 너 마저…', '계정 공유 금지는 말도 안 되는 이용약관' 등 부정적인 반응들을 쏟아냈다.
 
이처럼 기존 구독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지만 해외 OTT 업계는 '계정 공유 유료화'를 통한 수익구조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단 입장들이다. 즉 코로나19 사태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안에만 머물면서 급등했던 가입자 수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자 공유 계정을 대폭 줄여서 신규 가입자 수를 늘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유료화'를 통해 2분기 연속으로 1500여만 명이 새로 가입하는 등 반등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회원들의 구독료를 바탕으로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재투자하고 있다"며 "폭넓은 취향과 니즈를 아우르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신작 영화와 시리즈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해명했다.
 
넷플릭스 제공

해외 OTT 업계에서 '계정 공유 유료화'에 불씨를 당긴 가운데, 후발 주자인 토종 OTT 업계의 상황은 어떨까.
 
티빙, 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 업계도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된 이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해 국내 OTT 서비스를 대표하는 티빙, 웨이브, 왓챠의 연간 영업 손실 합계는 2946억 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1568억 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다만 후발주자인 국내 OTT 업체들은 '계정 공유 서비스'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한 국내 업체들은 관련 정책을 위반한 구독자들을 단속할 여력이 없고, 차라리 해외 OTT 업체들의 잇따른 요금 인상으로 이탈한 소비자들을 확보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계정으로 여러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OTT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넷플릭스 등 해외 OTT 서비스가 요금을 인상하다 보면 소비자들은 똑같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토종 OTT 서비스로 눈을 돌릴 확률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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