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1년 앞…향후 일정과 표심 흔들 주요 변수는?

총기피해 루이스턴에서 연설하는 바이든. 연합뉴스

1년 뒤 지금쯤이면 2024년도 미국 대통령 선거가 주(州)별로 한창 진행중일 것이다.
 
아직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의 흐름만으로 본다면 이번 대선은 2020년 대선의 '리턴매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 도전을 선언했고, 공화당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 대선 후보 결정에서 대통령 당선까지…어떤 과정 밟을까
 
공화당이 먼저 대선 경선 후보 TV토론회를 열면서 대선을 향한 예열을 시작했지만, 각당의 후보 선출 레이스는 내년 초가 돼야 본격화된다. 
 
공화당은 아이오아 코커스(1월 15일), 민주당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선거(2월 3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후보 '옥석 가리기'에 들어간다. 
 
양당의 첫 경선이다보니 전국의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각 후보들은 이들 지역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3월 5일은 양당 모두 십여 개의 주에서 경선이 실시돼, 사실상 각당 대선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에 '슈퍼 화요일'(Super Tuesday)로 불린다.
 
이처럼 공화·민주 양당은 주별로 경선을 치른 뒤 각각 7월과 8월에 전당대회를 열어 대선에 나갈 최종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이후 대통령 후보간 TV토론과, 부통령 후보간 TV토론을 통해 유권자들로부터 자질을 평가받게 된다. 
 
마침내 11월 5일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고, 전체 538명의 대통령 선거인단 가운데 과반인 270명을 확보한 후보가 백악관을 차지하게 된다. 
 
◇ 역대 가장 재미 없는 대선 되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민주당에서는 현직인 바이든 대통령이 일찌감치 연임 도전 의사를 밝힌 탓에 뚜렷한 대항마 없이 8월 전당대회에서 무난히 대선 후보로 뽑힐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여러 후보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트럼프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경선 중도 포기를 선언한데다, 초반 기세가 좋았던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시간이 갈수록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본격적인 경선도 시작되기 전에 후보가 거의 결정돼버린 역대 가장 재미없는 선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리턴매치'를 하게 되면 지난 1956년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스티븐슨 전 대통령의 대결에 이어 68년만에 전현직 대통령이 맞붙게 된다.
 
역사적인 일이지만, 대다수의 유권자들이 이들의 대결에 '피로감, 두려움, 슬픔을 느낀다'고 답한 여론조사 결과도 있을 정도로 재대결 자체에 부정적인 인식이 큰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기밀문건 유출과 대선 결과 전복 시도 등으로 네 차례나 기소된 전대미문의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 
 
한때 그의 충복이었던 펜스 전 부통령도 이번 대선 경선을 포기하면서 "우리의 더 나은 본성에 호소하는 후보, 국가를 정중하게 이끌 수 있는 후보에 투표해달라"고 말해 끝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과격한 정책과 돌출 행동도 유권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또다른 원인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인기가 많지 않다. 최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7%로 역대 최저치였다. 
 
특히 올해 80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말실수를 하거나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일이 잦아 고령 리스크가 꼬리표처럼 붙어다닌다. 
 
자신의 경제정책인 '바이드노믹스'를 연일 홍보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이미 경제 분야에게 그에게 낙제점을 주고 있다. 
 
이에따라 바이든·트럼프 대결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제3후보'로 옮겨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 제3의 후보,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4월 美 보스턴서 대선 출마 선언하는 케네디 주니어. 연합뉴스

당초 민주당 경선에 나가겠다고 했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지난달 9일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출마 선언 6시간 만에 후원금 1,100만 달러를 모아 여느 무소속 후보와는 달리 초반 기세가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변호사인 그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이다.
 
케네디는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퀴니피액대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케네디 후보는 바이든·트럼프를 포함한 3자 가상대결에서 22%의 지지율을 얻었다. 
 
특히 18~34세 응답자만을 놓고 봤을 때, 케네디의 지지율은 38%에 달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누르기도 했다. 
 
케네디는 지난달 말 발표된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CAPS)의 여론조사에서도 3자 가상 대결시 19%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왔다. 
 
다만 양당 제도가 정착된 미국에서 제3의 후보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1992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 후보가 경쟁했을 때 로스 페로가 제3의 후보로 등판해 전국적으로 20%의 득표율을 올렸다. 
 
로스 페로는 대통령이 되지는 못했지만 공화당 표를 잠식하면서,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막는 역할을 했다. 
 
또한 중도 성향 정치 단체 '노레이블스(No Labels)'도 '슈퍼 화요일' 이후 양당의 대선 후보가 사실상 바이든·트럼프로 정해질 경우 독자 대선 후보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2024년 미국 대선을 흔들 주요 변수는? 
 
美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 참석한 대선주자들. 연합뉴스

역대 미국 대선의 승패를 결정했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경제 문제였다.
 
팬데믹 이후 극심했던 인플레이션이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일각의 우려에도 아직까지는 경기 침체의 뚜렷한 징조는 없다. 현 정부가 경제 이슈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국면인 셈이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내세우고 있는 '바이드노믹스'를 포함한 경제 정책에 대한 일반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는 30%대로 저조한 상황이고 오히려 '트럼프 때가 더 좋았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전쟁'도 중요 변수로 꼽힌다.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전황이 가시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은 바이든 정부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안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가 더 커질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적 리더십'도 흔들릴 수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친이스라엘 행보에 아랍계 미국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아랍아메리칸연구소(AAI)가 최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아랍계 미국인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2020년 대선 당시 59%에서 17%로 급감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35%에서 5%p 올라 40%를 차지했다.
 
이슬람권 이민자에 대한 강경책을 주장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를 정도면 지금 아랍계 미국인은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에 등을 돌렸다고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하다. 
 
대체로 민주당세가 강했던 아랍계 미국인들의 민심 이반은 특히 이들이 '경합주(swing state)'에 몰려 산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느낄 '충격'은 더 크다. 
 
'경합주'는 역대 미국 대선에서 승패를 결정지었던 곳을 말하는 것으로, 양당은 이곳에서의 승리를 위해 '올인' 전략을 펴곤 한다. 사실상 이곳에서의 승리가 대통령 보증수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과 모닝컨설트가 7개 경합주 유권자 5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오차범위 ±1%포인트)를 진행한 결과 애리조나,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앞선 곳은 네바다 뿐이었다. 미시간에서는 동률을 기록했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불과 0.4%p, 0.6%p 차이로 겨우 이겼던 애리조나와 위스콘신의 경우 아랍계 미국인이 각각 1만명, 7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충분히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표를 쥐고 있는 셈이다.
 
낙태, 불법 이민자, 총기 문제 등도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 수 있다. 
 
특히 낙태 문제의 경우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압승'을 막아낸 이슈였다. 지난해 6월 미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인정 판결 폐기가 민주당 지지자들을 결집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낙태권 폐기'에 찬성하는 공화당도 이에 대한 보완책 내지는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 뜻을 의미한다. 
 
◇ 미 대선 1년 앞…한국에는 어떤 영향 줄까?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앞으로 1년 뒤, 미 백악관의 명패에 누구 이름이 새겨지느냐에 따라 한국의 안보나 경제 환경도 크게 바뀔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 재집권 시 한국의 대미관계는 지난 4월 양국 정상의 '워싱턴 선언'을 기반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미·일 협력 관계도 더욱 공고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중 관계는 상대적으로 더 소원해질 가능성이 있어,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선제적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입성 시, 첫 번째 임기 때처럼 동맹국에 방위 분담 확대를 요구하고 특히 한국에게는 압박 차원의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짧은 시간 내에 바이든 행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한반도를 비롯한 대만 등지에서 지금보다 더 강한 군사적 대치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다만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 제조업 부활과 미국 중심의 첨단기술 공급망 재편 등 '미국 우선주의' 흐름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도 '트럼프 1기'와 마찬가지로 대중국 견제 등에 치밀한 그물망을 짜왔기 있기 때문이다. 
 
아직 1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있는 탓에, 누가 대통령이 될지를 미리 예측하는 게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2016년 트럼프의 당선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대선 후에서야 부랴부랴 백악관에 줄을 댈 수 있는 인맥을 찾아나섰던 '해프닝'이 반복돼서는 안된다. 
 
세계 최강국인 미 백악관의 다음 번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한국이 받는 영향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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