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가항력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국가가 보상하는 진료분야에 소아청소년과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현재는 의료인의 충분한 주의의무에도 일어났다고 판정된 의료사고는 분만 분야에 한해서만 보상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3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의사가 환자를 수술하거나 시술하는 과정에서 보건의료인의 과실 없이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국가가 환자 측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국가보상금제를 소청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2013년 도입된 국가보상금 제도는 아직 '분만 의료사고'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의료보상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최대 3천만원 한도에서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앞서 의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지난 7월 이같은 국가보상 범위에 소청과를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 의원 등은 법안 제안이유에 대해 "최근 소아과 의료진 부족으로 인한 대형병원 소아진료 중단 사태, 소아과 오픈런 현상 등 소아의료 붕괴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의료진들이 소아과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불가항력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보상 대상을 소아진료 중 발생한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까지로 확대함으로써, 소아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의 부담을 줄이고 양육 및 소아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복지부는 이 개정안과 관련해 "취지에 공감한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불가항력 소아 의료사고 유형 △보상 필요성 △보상액 등의 세부사항은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 관련 단체와 논의하고 재정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나, 주무부처가 의지를 밝힌 만큼 통과 전망에 '청신호'가 켜졌다.
정부는 죽어가는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대정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불가항력 의료사고 관련 의료진의 사법리스크를 덜어주는 방안 등을 '정책 패키지'로 함께 추진 중이다. 의료사고 피해자에 대한 국가보상 확대도 같은 맥락에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서는 지난 2017년 이대목동병원에서 치료받던 신생아 4명이 패혈증으로 사망한 이후 의료진이 구속된 사건을 계기로 '소청과 기피현상'이 심화됐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무죄가 최종 확정됐으나,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필수의료 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직접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관련 송사 등이) 소아과 등에 의사가 부족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소청과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안은 전날 출범해 첫 기획회의를 가진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협의체에는 의료계와 법조계, 소비자계가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