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를 택시 타듯…무분별한 119신고 골든타임 놓친다

지난해 환자 미이송 신고 2만여 건…"성숙한 시민의식" 필요

119구급대. 고상현 기자

"너무 추워서 쓰러질 거 같아요."
 
지난 4월 오전 2시쯤 119상황실에 이 같은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해 보니 신고자는 술을 마시고 걸어가다 심한 추위를 느끼고 시내까지 태워달라고 한 것이었다.
 
제주에서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119신고가 잇따르며 소방 인력이 낭비되고 있다.
 
30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도내 119 출동 신고 건수는 2021년 5만6724건, 지난해 6만3586건, 올해 9월까지 4만6857건으로 구급대 도움을 요청하는 환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이송 불필요', '신고 취소' '환자 없음' 등 119구급대가 출동했지만 신고자를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은 미이송 건수는 2021년 1만9953건, 지난해 2만1933건으로 9.9% 증가했다.
 
지난해 음주 후 병원 이송을 요구하는 등 '비응급환자'도 전체의 1.2%를 차지했다.
 
실제로 비응급 119신고 사례를 보면 신고자가 '외래 진료가 예약돼 택시를 이용하듯이 병원으로 가자'고 한다거나 '다리가 아프니깐 집까지 태워 달라"고 하는 등 응급 상황은 아니었다.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단순 치통, 감기, 음주, 만성질환자, 자택 이송 요청자 등 비응급환자인 경우에는 소방대원이 구급출동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신고 내용만으로는 응급 상황을 판단할 수 없어 구급대가 출동할 수밖에 없다.
 
도 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비응급 신고로 응급환자가 도움을 제때 받지 못하고 피해볼 수 있다. 응급한 상황이 아니면 스스로 병원을 방문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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