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6일(현지시간) 미국을 찾았다. 왕 부장은 이날 오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한 뒤 업무 만찬을 이어간다.
이 자리에서 양국 외교 사령탑은 오는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질 양국 정상회담과 관련한 일정과 의제를 집중적으로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의 이번 방미는 형식적으로는 지난 6월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 따른 답방 차원이지만, 시기적으로 봤을 때 미중 정상회담의 '길닦기' 차원이라는 성격이 더 짙다.
당시 블링컨 장관은 친강 당시 외교부장의 답방을 요청했으나, 친강 부장의 갑작스런 낙마로 새롭게 외교수장에 오른 왕 부장이 워싱턴을 찾게 됐다.
왕 부장의 방미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오는 11월 APEC에서 대면 회담에 나설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이번 APEC을 계기로 양국이 정상회담을 갖는다면, 1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이후 양국 정상이 대면한 이후 1년 만이다.
미중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긴장 관계를 유지해 오다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대화 모드'로 전환했다.
미국은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되 경쟁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의 첨단 기술 대중 수출 통제 조치와 함께 특히 올초 중국의 정찰풍선 사태가 터지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5월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빈에서 왕이 위원(공산당 중앙정치국·당시 직책)을 만나면서 미중 고위급 대화 재개의 물꼬를 텄다.
이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 특사,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미국의 고위급 인사 4명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하는 등 양국간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진행해 왔다.
이밖에 미중 양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현안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미국은 중국측에 "이란의 개입을 막기위해 중국이 역할을 해달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중국은 휴전의 필요성을 누차 강조하고 있어 이견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양국은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높은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양국 외교부장 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의제에 오를 것으로 확신한다"며 "최근 북·러 간 무기 거래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데 의심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왕이 부장이 2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6월 방중시 블링컨 장관도 시진핑 주석을 예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