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야당 주도로 노란봉투법·방송3법을 본회의에 직회부한 과정이 적법했다고 판단하면서 민주당의 입법 움직임도 탄력을 받게 됐다. 민주당은 바로 내달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들을 통과시키겠다고 나선 가운데, 헌재 판결을 근거로 향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부담을 주겠다는 전략이다.
헌재는 26일 국민의힘 의원 6명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2건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방송3법에 대해 소속 법사위원들이 헌법과 법률 체계에 맞는지 정상적으로 심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계류할 사유가 있었는데도 민주당이 부의를 강행해 법안 심사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헌재는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는 국회법 절차를 준수해 이뤄졌다"며 "그 정당성이 본회의 내에서 표결 절차를 통해 인정됐다"고 판단했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이용해 부의를 강행한 것이 절차적으로 유효하고, 법안이 법사위에 '이유 없이' 60일 이상 계류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국회가 국회법이 정하는 절차를 준수해 법률안을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결정했다면 헌법적 원칙이 현저히 훼손됐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회 이외의 기관이 그 판단에 개입하는 것은 가급적 자제함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헌재 판결이 나오자, 민주당은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한 헌재의 현명한 결정을 존중한다"며 오는 11월 9일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 민주당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판결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의 입법절차에 조금의 위법성도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내린 결정에 따라 적법한 입법절차에 동참해달라"고 했다.
같은 당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판결로 인해 국민의힘은 절차상 하자가 없음에도, 이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는 술수를 쓴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다"며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더 이상 '이유 없이'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며 법안 통과 의지를 강조했다.
헌재가 입법 절차에 대해 적법하다고 판단을 내린 만큼, 윤 대통령이 향후 해당 법안들에 거부권을 행사하기에도 부담이 생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밝히면서 "사회적 갈등이 국회에서 충분히 숙의되지 못한 게 아쉽다"며 국회 입법이 민주당 주도로 이뤄진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앞선 지난 4월 양곡관리법 거부권을 행사할 때도 "제대로 된 토론 없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법사위 소속 의원은 "헌재가 입법권을 존중한 판결을 내린 만큼, 대통령이 향후 거부권을 행사하기에도 부담이 커졌을 것"이라며 "절차적으로 굉장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해서 헌재까지 갔다가 왔는데 헌재에서 절차가 정당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는 입법권을 존중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정부 여당이 이를 존중·협조해줄 것을 강조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은 헌재 판결이 편향됐고, 두 법안 또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며 법안 통과를 저지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헌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는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며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인적 구성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법안에 대해서도 "위헌적인 법을 통과시켜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절차적 위법의 여지가 크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여러 대응책 마련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로 이 법안 통과를 저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