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반대했던 유남석 헌재소장, 결국 선고 없이 떠난다

다음달 10일 퇴임 전 마지막 선고목록
사형제 헌법소원 사건 제외
향후 헌재 지형 중도·보수 우위 전망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윤창원 기자

공개적으로 사형제 폐지에 찬성했던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결국 임기 내 사형제 헌법소원 사건의 결론을 내지 않고 떠날 전망이다.

24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헌재는 오는 26일 선고기일에 사형제(형법 41조 1호 등)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선고하지 않는다. 최근 공개한 선고목록에서도 해당 사건은 제외됐다.

유남석 헌재소장의 임기는 다음달 10일까지로, 이번 달 선고는 유 소장이 주재하는 사실상 마지막 선고다. 헌재는 통상 매월 둘째주 목요일에 변론을, 마지막주 목요일에는 선고를 진행한다.

내달 10일까지 별도 기일을 지정하지 않는 한 사형제 선고는 다음 소장 임기로 넘어가게 된다. 헌재는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지난 7월 25일 화요일에 특별 기일을 잡아 선고한 바 있다.

헌재는 지난 2019년 2월 사형제 헌법소원 사건을 접수한 이후 4년 8개월째 심리 중이다. 핵심 쟁점은 형법상 사형제도가 헌법에 반하는지 여부다. 헌재는 지난해 7월 이 사건 공개변론을 열기도 했다.

앞서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윤모씨는 1심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재판부에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재판부가 이를 거부하자 헌재에 직접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윤씨는 2019년 8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법조계에선 그동안 유 소장 퇴임 전 헌재가 사형제 헌법소원 사건의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했다. 공개변론 이후 1년 넘게 시간이 흐른 데다 최근 가혹한 강력범죄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사형제를 향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유 소장은 2018년 9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사형제에 관해 "폐지에 찬성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인물이다. 시민사회에서 유 소장 임기 내 사형제의 위헌 결정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던 이유다.

유 소장이 퇴임하면 헌재는 9명의 재판관 중 6대 3으로 중도·보수 우위 구도가 강화될 전망이다. 유 소장 후임은 대통령 지명 몫인데 법조계에선 검사 출신이 내정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한다. 검사 출신 헌법재판관은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안창호 전 재판관 퇴임 이후 명맥이 끊겼다.

헌재 지형이 중도·보수 중심으로 개편될 경우 사형제 등 정치적 논란이 거센 사건에 대한 위헌 선고는 더 요원해질 전망이다. 헌재는 사형제에 대해 지난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 합헌 결정했다. 첫 번째는 7(합헌)대 2(위헌), 두 번째는 5대 4로 시간이 흐르면서 위헌 의견이 늘었다.

한편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실제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국제사회에선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법무부는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형법상 새 조항으로 만들어 사형제와 공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채 수감돼 있는 사형수는 5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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