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 아랫장에서 휘발유를 붓고 분신한 70대가 윷놀이 도박으로 돈을 잃고 실랑이를 벌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6시 37분쯤 순천시 풍덕동 아랫장 공터에서 분신한 A(72)씨는 B(72)씨와 실랑이를 벌이던 중 휘발유에 불을 붙이고 숨졌다.
소방당국은 장비 13대와 인력 39명을 투입해 9분 만에 완진했으나 결국 A씨는 숨졌고, B씨는 전신 2도의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전남CBS 취재를 종합하면 상인들이 알 정도로 아랫장을 자주 왔던 A씨는 올해 초부터 아랫장에서 매일 벌어지던 윷놀이판에 동참하게 됐고, 본인 돈 수천만 원을 잃은 뒤 돈까지 빌려서 윷놀이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랫장 주차장 앞 공터에서는 매일 오후 윳놀이판이 벌어지고 있다. 보통 50~70대 스무 명이 모여 공터 바닥에 말판을 그리고 윷놀이를 진행하는데, 문제는 내기 방식으로 판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다.
또한 도박꾼을 상대로 내깃돈을 건 뒤 승부에 따라 10~20%을 제한 나머지를 승자들에게 분배하는 방식이며, 무리 중에는 도박꾼들을 상대로 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들은 윷놀이에서 그치지 않고 화투판으로 옯겨 거액으로 도박을 즐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 그동안 잃은 돈 때문에 억울해 하던 A씨는 휘발유를 가져와서 같이 윷놀이를 하던 B씨에게 "네가 속임수를 부려서 내가 돈을 잃었으니 돈을 돌려내라"며 실랑이를 벌이던 중 휘발유가 쏟아졌다.
이어 A씨는 B씨를 뒤에서 꽉 안으며 "너 죽고 나 죽자"며 라이터에 불을 붙이려고 했고, A씨가 라이터에 불을 붙이려 한 손을 빼는 순간 B씨는 도망을 가 큰 화는 면했지만, A씨는 불길에 휩싸여 숨지게 됐다는 게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상인 C씨는 "아랫장에서 윷놀이 도박판이 벌어진 지 몇 년이 됐다"며 "A씨는 올해 초쯤 가담하게 됐고, 본인 돈 몇 천만 원을 잃고서 돈까지 빌렸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매일같이 열리고 있는 도박판을 단속하지 않고 있는 경찰의 안이한 태도도 지적했다.
D씨는 "윳놀이를 하다가 자기들끼리 싸우고 경찰에 신고한 적이 여러 번"이라며 "경찰도 이런 도박성 놀이가 자행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런 위험한 놀이 행태는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의 건강이 호전되는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