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합병 '낸드 공룡' 탄생하나?…'키' 손에 쥔 SK하이닉스

글로벌 낸드 2위 日키옥시아 4위 WD 합병 가능성 구체화
합병시 1위 삼성전자 위협…3위 SK하이닉스 간접 투자 주주
美, 수출규제로 中압박…中, 합병승인 '카드' 활용 가능성

SK하이닉스 제공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중 하나인 낸드플래시 업체의 합병으로 글로벌 시장에 지각변동 조짐이 일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키 플레이어(key player)'로 꼽힌다.
 
21일 업계와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글로벌 낸드 업계 2위인 일본의 키옥시아와 4위인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의 합병 가능성이 구체화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이 메모리 사업부를 분리해 키옥시아와 통합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합병이 성사되면 2021년 협상을 시작한 지 2년 만의 결론이다. 이미 두 기업은 일본에서 스마트폰과 PC, 데이터서버용 등 낸드를 공동 생산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기준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1.1%로 1위다. △키옥시아 19.6% △SK하이닉스 17.8% △웨스턴디지털 14.7% 등 순으로 두 기업을 합하면 34.3%로 삼성전자를 위협한다.
 
지난해 말 시작한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는 올해 3분기 들어 D램을 중심으로 회복세다. 시장은 오는 2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할 SK하이닉스의 'D램'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대로 낸드는 PC와 스마트폰 등 수요 부진의 영향으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3분기는 물론 4분기에도 '낸드' 부문 적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조 단위에 달한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 같은 상황에서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은 낸드 공룡을 만들어 '규모의 경제'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내년 상반기 이후 낸드 시장이 회복하면, 그 수혜를 가장 크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합병의 키 플레이어로 거론된다. 키옥시아는 도시바가 2018년 메모리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설립한 기업이다. 미국의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한미일 컨소시엄이 최대주주다. SK하이닉스는 이 컨소시엄에 4조 원을 투자했다. 
 
베인캐피털은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합병 후 IPO(기업공개)를 통한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분위기다. 이 절차가 모두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SK하이닉스는 적어도 '조 단위' 이익을 낼 것으로 전해진다.
 
키옥시아에 간접투자한 주주로서 SK하이닉스는 합병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지만, 현재까지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핵심은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갈등이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합병을 결정해도 각국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중국이라는 산도 넘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은 첨단과 범용(레거시)할 것 없이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규제한 데 이어 최근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출 금지를 강화했다. 기존 고성능 AI 칩은 물론 중국 수출용 저사양 AI칩도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미국의 기존 규제에도 화웨이 사태 등 '구멍'이 확인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른 반발로 중국이 시장 독점을 문제 삼아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에 반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 상황 속에서는 어떤 가능성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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