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무장병원' 적발돼도 수사는 하세월…5년간 줄줄 샌 '2600억'

2018~올 8월 경찰 수사의뢰 1016곳 중 293곳(약 29%) '진행 중'
警수사결과서 통보돼야 건보 환수 가능한데…수년씩 걸리는 경우多
약 5년간 새나간 급여 2601억여원…인적사항 특정 안 돼 지연되기도
신현영 의원 "사무장병원 불법패턴 파악하고 신속수사로 의료계 퇴출해야"

스마트이미지 제공

#1. A한의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자체 분석으로 실시한 행정조사 결과,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됐다. 의료인이 아닌 B씨와 C씨는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통해 병원을 운영하기로 모의한 뒤 인가신청에 필요한 발기인회의록, 총회회의록 및 참석자 명부와 출자내역을 거짓으로 꾸며냈다. 2018년 5월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3년 9개월이 흐른 지난해 2월에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1379일 소요).
 
#2. D요양병원의 대표 E씨는 관리의사 F씨와 재직하던 중 공익신고에 따른 행정처분 기간 동안 병원 운영이 어려워지자, 본인 소유 건물에 F씨 명의로 '무늬'만 바꿔 요양병원을 재개설했다. 불법 개설에 입원환자들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편법 운영' 혐의가 더해지면서 2015년 4월 수사 의뢰됐으나, 약 4년 반 만인 2019년 11월 내사 종결 처리됐다(1651일 소요).

 
최근 5년간 사무장병원으로 드러나 수사 의뢰된 불법의료기관이 1천여 곳에 달하는 가운데 여전히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곳이 3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기관에 의해 혐의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동안 이들이 요양급여 명목으로 빼간 건강보험 재정은 약 2600억에 이른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 8월까지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돼 수사 의뢰된 의료기관은 총 1016곳이다. 공단이 직권으로 수사의뢰한 사례와 행정조사, 추가조사 건까지 모두 포함된 수치다(검찰 의뢰건 제외).
 
사무장병원은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는 비(非)의료인이 의사 등의 명의를 대여해 운영하는 불법병원이다. 통상 수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환자 건강을 위협할 뿐 아니라 건보 재정을 갉아먹는 누수 원흉으로 지목돼 왔다.

 
최근 5년간 수사진행 불법개설의심기관의 수사기간 중 요양급여비 지급현황.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 제공

문제는 이같은 사무장병원들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는 점이다.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사무장병원 수사지연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찰 수사의뢰 후 지금도 수사가 끝나지 않은 경우는 28.8%(1016건 중 293건)였다. 이 중 만 2년을 넘겨 '800일 이상' 수사가 지연되고 있는 사례도 9.2%(27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부 지연기간별로 살펴보면 △400일 미만 219건 △600일 미만 28건 △800일 미만 19건 △900일 미만 14건 △900일 이상 13건 등이다.
 
수사가 종결된 723건도 △400~600일 미만 147건 △600~800일 미만 27건 △800~900일 이상 24건 등 400일 이상 소요된 사건이 198건(27.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무장병원이 불법으로 청구한 요양급여를 환수하려면, 1차적으로 혐의 여부를 조사한 경찰의 수사결과서가 건보공단 측에 통보돼야 한다. 공단은 이를 근거로 사무장병원임이 확인됐다고 보고, 실제 환수조치에 들어가게 된다.
 
즉, 수사가 늦어질수록 부당하게 새는 급여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는 셈이다.
 
2019년부터 지난 8월까지 이렇게 빠져나간 건보 재정은 2601억 400만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 수사의뢰된 108곳에 지급된 요양급여만 약 89억인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2021년 수사에 들어간 사무장병원 3곳은 수사기간이 900일을 넘기는 동안 무려 240억 59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개설기관 장기 수사건 상위 5개 기관 사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 제공

심지어 일부는 수사결과를 통보받고도 즉각 환수를 못하기도 한다. 지난 2019년 12월 수사의뢰돼 약 1400일 만에 검찰에 송치된 G요양병원 사건이 단적인 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혐의 내용이 인정된 걸로 (경찰 수사결과서를) 통보받았다"면서도 "환수 결정이 가능한 대상자 내역(인적사항)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아 (경찰에) 재송부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불법개설기관 장기수사' 상위 5위에 해당하는 이 건은 지난한 수사 끝에 이달 초에야 결론을 맺었다. 충청 지역을 포함해 불법병원 4곳이 연루된 사례다. 경찰 측은 수사가 거듭 지연된 이유로 수사자료 재검토, 인력 부족, 인사이동 등을 든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신현영 의원 페이스북 캡처

신현영 의원은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되는 의료기관들의 불법 패턴과 방식을 파악해 이를 근본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보재정 낭비로 국민 피해가 우려되는 사무장병원에 대한 빠른 수사로 재발 방지는 물론 강력한 의료계 퇴출을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공단 내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