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무장단체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급습했습니다. 하마스가 수천 발의 로켓을 발사하자 로켓 방어용 신형무기인 '아이언 돔'을 구축한 이스라엘군이라도 대처할 수 없었습니다. 12일 현재 이스라엘에서 숨진 이가 1300명 이상으로 증가했고 2700여명 다쳤으며, 150명의 인질이 가자지구에 붙잡혀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의 보복 공격으로 가자지역 주민 역시 1354명 숨졌고, 6,000여 명 다쳤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또한 가자지구 주민 20만 명 이상이 집을 잃고 임시 파난처를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사상자들은 어린아이와 여성을 포함한 무고한 주민들이 다수인데,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더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지경입니다.
더 큰 문제는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블라와 시리아도 국지전 형태로 개입한 것이고, 이스라엘을 주적으로 삼는 이란이 전쟁에 참가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지구에 투입되면, 대규모 살상과 초토화는 물론이고 중동 전체의 전쟁으로 비화될 절체절명의 상황입니다.
논평자는 무엇보다 양쪽의 사상자들과 그 가족들, 전쟁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박탈당하고 두려움과 증오에 떨고 있을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모든 주민에게 하나님의 은총과 위로하심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동안 인도적이고 평화적인 목적으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지원했던 독일 정부는 향후 약속했던 지원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했습니다.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양쪽의 격렬한 충돌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가자지구에 팔레스타인 독립국을 수립해야 중동의 평화가 가능할 것이라 표명했습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와의 전쟁에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하마스의 무차별 공격을 규탄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 미국을 핵심으로 한 나토(NATO)의 대리전이 된 것처럼,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전쟁 역시 미국과 이란의 장기적인 대리전이 될 수 있겠다고 예견됩니다.
세계가 제3차세계대전의 화약고가 될 곳으로 예상한 지역 중 하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중동지역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지역입니다. 한반도의 남쪽에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현재 상황을 바라보면서 반면 거울을 삼아야 합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는 시위와 강경진압, 로켓공격과 보복공격, 크고 작은 수많은 전쟁이 반복되었습니다. 양쪽 모두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강대강 대응과 적대적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그 결과 상대방에 대한 모독과 폄하 속에 대화의 노력은 미흡했고, 상호 불신은 넘쳤습니다.
이번 사태는 하마스의 무차별 급습이 원인이었지만, 1948년 이스라엘이 국가 수립 이래로 팔레스타인과의 지난한 여정을 돌아보면, 이스라엘 국가가 근본적 원인의 제공자였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2000년을 떠돌던 이스라엘 민족이 2000년을 정착해서 살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축출하고, 그들의 존재를 도무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한반도의 남북한도 비무장지대의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이나 삐라살포, 고위직들의 막말 폭탄 등으로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을 삼가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 이래로 완전히 교착상태에 있는 남북관계를 해소하기 위해서 남북 당국자들이 직접 만나 대화하고 협상하며 신뢰를 만드는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
총체적 폭력인 전쟁으로는 평화를 결코 가져올 수 없음을 직시하면서 종전선언과 불가침선언 그리고 평화협정을 도출해야 합니다. 평화는 한반도의 분단 유지를 원하는 주변 강대국들이 줄 수 없음을 기억하면서 우리 민족끼리 주체적으로 평화를 위한 모든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특히 우리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의 정체를 드러내는 기준인 원수사랑의 실천을 강조해야 합니다. 사마리아 사람이 강도를 만난 유대인에게 다가가 이웃이 된 것처럼, 생필품으로 고통당하는 북한 주민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좋은 이웃이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며 우리 그리스도인은 남북 관계의 물꼬를 트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CBS 논평이었습니다.
[정종훈 교수 / 연세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