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뉴스]외환위기 이후 첫 한일 역전, 일본 올해 성장률 왜 올랐나?

전문가들 '엔저 효과'를 주된 이유로 꼽아, 자동차 등 수출 기업 반사이익
코로나19 펜트업 효과도 뒤늦게 나타나
내년엔 다시 1%대 저성장 예상

연합뉴스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0%대로 예측돼 한국을 역전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통화기금 IMF의 세계경제 전망치: 일본 2.0%, 한국 1.4%) 외환위기 이후 첫 역전 현상이다. 최근 몇년간 저성장을 거듭해온 일본 경제가 유독 올해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엔화 약세 효과 올해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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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엔화 약세 효과를 꼽았다. 미국이 2년 전부터 금리를 인상하며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중이다. 미일간 금리 차가 발생하면서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그에 따른 영향이 올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엔화 약세가 올해 전세계 통화 대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달러에 비해서도 약세이고, 우리나라에서도 800원대까지 떨어졌다"며 "엔화 약세로 인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그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일본 엔화 약세를 첫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주 실장은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 부분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라며 "수출 뿐 아니라 관광산업 부흥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판 대외정책연구원 일본동아시아팀 선임연구위원은 "양적 완화와 엔화 약세의 효과가 가장 클 것"이라며 "지난해에는 수입을 많이 해서 무역수지 적자가 났는데, 올해는 수출이 더 늘면서 그 부분이 완화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같은 의견을 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반도체 수출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미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반면 자동차 수출 비중이 큰 일본은 미중 무역 갈등이나 중국 경기 침체의 영향을 우리나라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엔화 약세와 코로나19 방역 해제로 해외 여행객들을 상대로 하는 일본의 관광산업이 크게 늘어난 것도 경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펜트업 효과' 올해 본격 나타나, 전문가들 한일 역전 일시적 현상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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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는 코로나19의 방역으로 인해 억눌려있던 소비가 올해 되살아난 것도 큰 요인으로 봤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은 방역 완화조치가 다른 나라보다 느리게 진행됐다"며 "방역이 완화되면 억눌려있던 소비가 반짝 늘게 되는데, 그 효과가 우리나라는 지난해였다면 일본은 올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람들이 오랜기간 억압되거나 어려움을 겪은 후에 규제가 풀리게 되면 쌓여있던 소비가 확 오르는 '펜트업 효과'(Pent-up Effect)가 올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경제성장률 반등은 일시적인 것일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 상승이 통화 및 환율 영향을 받은 것인 만큼 다소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 경제 전문가는 "일본의 양적 완화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린다거나 하는 실질적 효과를 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며 "주요 통화에서의 엔화 약세로 인한 효과를 보고 있는 만큼, 그 부분이 꺾이면 다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IMF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하고 있지만, 일본은 1.0%에 불과하다"며 한일 경제성장률 역전 현상을 올해의 특수한 상황으로 봤다.

다만, 일본이 설비나 기술 투자를 공격적으로 이어가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 기조를 유지하며 시중에 돈을 계속 풀고 있는 일본 경제가 인플레이션의 압박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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