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숨졌더라도 단기간 업무상 부담이 늘어나지 않았고, 평소 음주와 흡연을 하는 등 적절한 건강관리를 하지 않았다면 산업재해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뇌출혈로 사망한 예식장 조리사 A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2년부터 서울 강남구의 한 예식장에서 조리부 총괄부장으로 근무한 A씨는 2020년 7월 화장실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A씨의 아내는 업무상 재해를 이유로 같은해 11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A씨의 아내는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은 재판 과정에서 A씨가 △음식 조리 시 1000도의 고온에 노출되는 유해환경에 있었고 △사측 권유로 기능장 시험 준비를 위해 휴일에도 학원을 다니면서 과로와 스트레스가 극심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업무로 인한 과로 내지 스트레스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우선 뇌출혈이 발병한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이 발생했다거나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의 뇌출혈 발병 전 4주 및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은 각각 36시간 50분, 34시간 16분으로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고용노동부는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이전 12주(발병 전 1주일 제외)간에 1주 평균보다 30% 이상 증가'해야 업무에 따른 사망이라고 인정한다.
재판부는 또한 "주방 내 온도와 외부온도 사이에 일정한 차이는 있었겠지만 1천도의 고온에 일반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이었다고 볼 수 없고, 조리 기능장 시험의 경우 개인의 자기계발을 지원하는 측면이 더 많아 보인다"며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끝으로 "A씨는 혈압, 당뇨병, 비만, 이상지질혈 증 등의 '뇌출혈'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었고, 망인의 흡연력이 30갑년에 이르고 1달에 1번 음주할 때 소주 4병 이상을 마시는 음주습관 등이 있었다"며 "적절한 건강관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