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작전 '알 아크사의 홍수 (Al-Aqsa Deluge)'는 여러 면에서 50년 전 '욤 키푸르' 전쟁과 닮아있다.
제4차 중동전쟁인 욤 키푸르 전쟁은 1973년 10월 6일 유대교 명절인 '속죄의 날'에 이집트와 시리아 군대가 이스라엘을 침공하면서 시작됐다.
19일 간의 전쟁으로 2656명이 숨지고 7251명이 다쳤는데, 이 전쟁으로 아랍권이 일제히 석유 감산에 나서면서 1차 오일쇼크가 촉발됐다.
이번 하마스의 대공세도 현지시간으로 7일 새벽, 유대교의 초막절이 끝난 직후 안식일에 이뤄졌다. 이스라엘 본토가 직접 공격을 당한 것도 욤 키푸르 전쟁 이후 50년만에 있는 일이다. 하락세를 보였던 국제유가도 다시 약 4% 가량 급등세를 보이면서 유가 불안이 촉발됐다.
그러나 70년대만큼 석유 의존도가 높지 않은데다 중동 산유국들이 일제히 감산에 나서지 않는 이상, 오일쇼크 급의 재앙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단 주말이 지나고 영국과 미국 등의 대형거래소가 개장돼면 유가의 본격적인 향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는 미국 서부텍사스유(WTI)가 지난달 말 배럴당 90달러 넘게 올랐다가 이달 들어 다시 80달러 초 중반대로 내려오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번 하마스-이스라엘 전면전 양상으로 다시 오름세로 반전할 전망이다.
국내 주유소의 리터당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국제원유 가격의 하락세가 반영되기 시작면서 이번 주부터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로 기름값의 향방도 불확실해졌다.
쇼크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유가가 상방으로 방향을 틀 경우, 내림세를 보이는 듯 했던 물가상승률이 다시 치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다시 금리인상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아울러 중동에서 발생한 전면전 양상에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달러 선호현상이 강해지면서 국내에서 달러가 빠져나가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점도 걱정이다.
이미 외국인 자금 유출로 원달러 환율과 국채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이같은 추세를 더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피의 보복을 예고한 이스라엘이 하마스는 물론 하마스 공격의 배후라는 의심을 사고 있는 이란을 직접 공격할 경우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 이란의 원유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국제유가는 크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아 전쟁에 본격 개입하고 주변 중동 국가들이 여기에 합세하게 되면,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서방국가들도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어, 새로운 중동전쟁의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