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하마스가 이번 작전을 '알 아크사의 홍수 (Al-Aqsa Deluge)'라고 명명한 점을 감안하면 지난 5월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들이 사원 경내에 기습적으로 들어가 기도한 사건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알 아크사, 이슬람과 유대교 모두의 성지
알 아크사는 예루살렘 성전(聖殿)산에 있다. 유대인에게는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야훼에게 바치려던 장소이자, 솔로몬 성전이 있던 장소다. 하지만 이슬람에게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승천한 장소로 메카, 메디나와 함께 이슬람 3대 성지 중 하나다. 이슬람교와 유대교가 동시에 최고의 성지로 여기는 곳이다.
알 아크사의 모스크 사원은 요르단이 관리하고 있고, 사원 경내에서 기도는 이슬람 신자에게만 허용돼 있다. 유대인들은 성전 산 바깥에 있는 '통곡의 벽'에서 기도한다. 그러나 극우 이스라엘인들은 이에 불만을 품어왔고, 지난 5월에는 일부 이스라엘인들이 기습적으로 사원 경내에서 기도해 이슬람 측의 분노를 불렀다.
이와함께 16년에 걸친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봉쇄와 이에 따른 경제 붕괴도 침공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지난 2006년 선거를 통해 집권한 이후, 가자지구를 철저히 봉쇄해 왔다. 최대 폭 12km, 길이 41km에 불과한 지역에 200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인구밀도는 3위에 달한다.
철저한 봉쇄로 '창살없는 감옥'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실업자가 50%가 넘는 등 경제가 붕괴상태에 달했고 상시적인 전력과 물자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가자지구 봉쇄로 발생한 경제적 궁핍과 생활상의 어려움이 분노를 이스라엘로 향하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창살없는 감옥, 가자지구
아울러 미국의 주도로 진행되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수교정상화가 진행되고 있었던 점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중동의 수니파 무슬림을 대표하는 사우디가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지위를 정식 인정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는 시아파 맹주 이란이 하마스를 부추겼다는 관측이다.
하마스는 수니파 무슬림 정파지만, 이스라엘에 적대적이란 점 때문에 이란의 지원을 받아왔다..
이스라엘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시오니즘을 지향하는 극우파의 지원을 받고 집권하면서 정치적으로 급격히 우경화의 길을 걸었고, 특히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이스라엘 영토에 강제 합병하겠다고 공공연히 입장을 표명해왔다.
팔레스타인은 요르단강 서안의 서안지구와 동쪽 지중해와 맞닿은 가자지구 두 곳에서 자치를 인정받고 있는데,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정식 수교할 경우, 팔레스타인 강제 합병 움직임이 더욱 본격화되고 독립은 요원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자극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복합적인 원인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정보기관이라는 이스라엘 모사드조차 예측에 실패한 하마스의 '알 아크사 홍수' 작전이 유대인들의 안식일을 뒤흔들었고, 사태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확전으로 가나…일촉즉발의 상황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있는 모든 곳, 하마스가 숨어있는 모든 곳, 활동하는 모든 곳을 폐허로 만들 것"이라며 강력한 보복조치를 예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부 무력화 입법 등으로 국내외에서 비판에 직면했던터라 국면전환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한 모습이다.
이에따라 그동안 자제해왔던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승인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마스가 인질로 끌고 간 이스라엘인들을 '인간방패'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고, 이스라엘군도 피의 보복으로 나설 경우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서방세력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아랍권이 참전하거나 전쟁 지원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미국은 항공모함 전단을 동지중해로 이동조치했다. 레바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포격으로 경고에 나서는 등 상황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