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 보호법' 5년…직장인 59% "회사, 민원인 갑질 방관"

직장갑질119, 직장인 1천 명 인식 조사
직장인 10명 중 8명 '민원인 갑질 심각'
"정부, 회사 의무 위반 여부 점검해야"


사례1. "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장난 전화, 성희롱, 폭언이 매일 매시간 있다 보니 정신적으로 고통스럽습니다. 회사에서는 함부로 통화를 못 끊게 하고 선종료 멘트만 해도 바로 감점 처리를 해버려서 죽겠습니다"

사례2. "공공기관에서 주차장 관리를 하고 있는데 주차금지구역에 주차한 사람에게 차를 빼달라고 얘기하면 대부분 소리를 지르거나 폭언하며 화를 냅니다. 얼마 전 주차금지지역 차량을 빼달라고 했던 이용자도 제 민원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기관에서는 이 민원을 이유로 제 근무 평점에 불이익을 줬습니다. 업무를 성실히 하다가 민원을 받은 것뿐인데 이런 평가는 억울합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노동자를 보호하기엔 미흡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동자들은 사업주 처벌 규정 강화나 정부의 철저한 관리 감독을 요구한다.

3일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58.8%는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이후에도 회사가 민원인 갑질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사업주가 고객 등 제3자의 폭언을 예방하고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시행 후 5년이 지나도 직장인 10명 중 6명은 감정노동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민원인 갑질이 얼마나 심각하냐는 질문에 '심각하다'고 답변한 비율은 83.9%에 달했다.

직급별로 보면 상위 관리자와 실무자 간 인식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실무자 10명 중 4명(38.3%)은 민원인 갑질이 '매우 심각'하다고 답해 상위 관리자(8.3%)의 5배에 달했다.

또 실무자 10명 중 6명(61.5%)은 사업주가 민원인 갑질로부터 근로자를 '잘 보호하지 못한다'고 답했지만, 상위 관리자 3명 중 2명(66.7%)은 '잘 보호한다'고 응답해 정반대 인식을 드러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에 따라 사업주는 필요한 경우 업무의 일시적 중단·전환, 휴게시간 연장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또 노동자가 치료나 상담, 고소·고발 등을 진행할 경우, 필요한 사항을 지원해야 한다.

사업주가 적절한 조치 등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고, 노동자가 보호 조치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 또는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직장인 10명 중 3명(29.2%)은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무엇보다 민원인 갑질을 책임져야 할 상위 관리자 36.1%가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모른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 권호현 변호사는 "누구의 월급에도 '욕값'은 들어 있지 않다. 회사는 민원인 갑질을 당한 직원에게 휴식부여, 상담 및 소송지원 등 법에 따른 보호조치를 해줘야 하고 어떻게 보호해 줄지 널리 알려야 한다"며 "정부는 회사의 의무 위반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사용자가 학부모, 민원인 갑질을 당한 노동자를 적극 보호하라는 현행법상 의무만 다했어도 서이초와 같은 비극적인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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