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대회에서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한 규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각 구단과 심판이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통역이 필요하다. 보통 여기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무엇보다 심판이 정확히 규칙을 숙지해야 한다. 또 누가 누가인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한국과 홍콩의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첫 경기가 열린 중국 항저우 인근 사오싱의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구장에서는 한국의 3회말 공격 도중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강백호가 무사 1,2루에서 우측 방면으로 타구를 날렸다. 홍콩 우익수가 몸을 날려 타구를 잡았다. 주자 2명 모두 스타트를 끊은 상태였다. 1루 주자 노시환이 귀루하던 최지훈을 추월하기도 했다.
홍콩 수비진은 빠르게 대응했다. 2루와 1루를 차례로 태그했다. 심판진은 트리플 플레이로 봤다.
이때 이종열 1루 코치가 심판에게 항의했다. 최지훈이 빠르게 귀루해 먼저 2루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심판진은 이를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홍콩 감독이 그라운드에 나와 심판에게 항의했다. 여기서 상당 시간이 소요됐다.
심판은 홍콩 감독을 돌려보냈다. 그리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 2루 주자 최지훈에게 1루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황당한 결론이었다.
왜냐하면 최지훈은 강백호의 플레이와 무관하게 이미 2루에 있던 주자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심판진에 항의했다. 홍콩 감독도 다시 그라운드에 나왔다. 혼란한 상황이 한동안 계속됐다. 고심하던 심판진이 다시 결론을 내렸다. 최지훈에게 아웃 판정을 내렸고 이미 덕아웃으로 들어간 노시환을 다시 1루로 나오게 했다. 두 선수를 헷갈렸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마저도 이상한 결론이다.
노시환은 분명 주루 과정에서 선행 주자를 추월했다. 그럼 아웃이다. 그런데 최지훈이 아웃됐고 노시환은 살았다. 한국 코칭스태프의 항의는 최지훈이 2루에서 살았다는 내용이었는데 거꾸로 됐다. 이러한 과정 때문에 경기가 20분 정도 지연됐다.
결국 2사 1루 상황에서 경기가 재개됐고 한국은 득점 없이 3회 공격을 마쳤다.
잠시 혼란했던 경기는 결국 한국의 10-0, 8회 콜드게임 승리로 끝났다.
타선은 약체 홍콩을 맞아 7회까지 3-0으로 근소하게 앞서는 등 시원한 타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홍콩 투수의 공은 느렸다. 시속 80~90km대 공을 던지는 투수도 나왔다. 뒤늦게 감을 잡은 대표팀은 8회말 대거 7점을 뽑아 승부를 결정했다.
리드오프 김혜성은 3안타 3타점을 기록했고 2번타자로 나선 최지훈은 3안타 2득점으로 활약했다. 이의리 대신 발탁된 윤동희는 2안타 1득점 2타점으로 타선에 힘을 보탰다.
선발투수로 나선 원태인은 4이닝 동안 탈삼진 8개를 곁들이며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정우영, 최지민, 장현석, 박영현이 각각 1이닝씩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아시안게임 4연패에 도전하는 류중일 호는 2일 이번 대회 최대 관문인 대만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