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자농구의 전반전 기록은 인상적이었다. 3점슛을 무려 11개나 넣었다. 더욱 놀라운 건 슛의 비율이었다. 3점슛을 25개 시도한 반면, 2점슛 시도는 9개에 불과했다.
일본은 최근에 끝난 농구 월드컵에서 일본 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코리 게인스가 아시안게임 지휘봉을 잡았다.
일본은 스페이싱을 통한 페인트존과 외곽 공략, 다양한 형태의 지역방어 등 농구 월드컵에서 세계 강호에 맞서기 위해 준비한 농구 월드컵 대표팀의 철학을 그대로 계승했다. 최근 세계 농구의 트렌드를 따르는 전술이었다.
일본 대표팀은 2진에 가까웠다. 농구 월드컵에 출전했던 선수 가운데 단 1명도 중국 항저우 땅을 밟지 않았다. 그러나 시스템과 철학이 자리를 잡은 팀의 전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한국 남자농구가 호되게 당했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30일 오후 중국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 농구장에서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D조 최종전으로 펼쳐진 한일전에서 77-83로 졌다.
이로써 3승을 챙긴 일본이 조 1위로 8강에 직행했고 2승1패로 조 2위가 된 한국은 8강 진출을 위한 토너먼트를 치르게 됐다.
대표팀은 경기 개시 후 일본에 연속 13점을 허용했다. 지역방어로 나선 일본을 상대로 공격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던 한국은 허훈이 살아나면서 연속 7득점을 기록, 반격을 시작했다.
이후 경기는 한국이 쫓아가면 일본이 달아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센터도 3점슛을 던질 줄 아는 일본은 광활한 스페이싱을 바탕으로 스페인 픽-앤드-롤 등 다양한 공격 전술을 활용해 셀 수 없을만큼 많은 3점슛 오픈 기회를 만들었다.
반면, 한국은 확률을 기반으로 하는 정통 농구로 맞섰다. 라건아의 골밑 존재감은 상당했다. 그러나 일본의 지역방어 조직력이 탄탄해 라건아가 뚫고 들어갈 공간이 여의치 않았다.
한국은 2쿼터 중반 김선형과 허훈을 동시에 투입해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세웠다. 포워드 송교창이 부상으로 하차하면서 스피드의 가치가 더 중요해졌다. 그러나 스피드는 일본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수비 전환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전반을 37-43으로 마친 한국은 3쿼터 초반 48-48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공격이 주춤한 사이 일본이 다시 달아났다. 4쿼터 중반 허훈이 3점슛 2개를 연속으로 꽂아 65-66으로 추격했다. 그러나 일본에 연속 5점을 얻어맞고 다시 흔들렸다.
경기장 분위기는 점점 더 일본을 응원하는 분위기로 흘렀다. 일본의 작은 가드는 과감하게 파고들어 공격적으로 플레이했고 외곽 슈터들은 '딥 쓰리' 시도를 주저하지 않았다. 높은 포물선을 그리는 일본의 장거리 3점슛이 림을 통과할 때마다 한국은 휘청거렸다.
일본은 3점슛을 무려 17개나 터뜨렸다. 성공률은 40%를 넘었다. 한국에서는 허훈이 24득점을 기록하며 분전했다. 한국도 3점슛을 11개나 넣었다. 허훈이 6개, 전성현이 4개를 터뜨렸다. 그러나 한국이 철저히 개인 기량을 토대로 슛 기회를 만들었다면 일본은 모든 공격이 체계적인 흐름 안에서 이뤄졌다. 완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