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허위 광고로 경쟁 업체를 비방해 온 국제학생증 'ISIC' 발급 업체에 대해 법원이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해당 업체는 이전에도 법원 판결,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조치를 받았음에도 문구만 바꿔 경쟁업체를 비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김상근 판사)은 국제학생증 ISEC 발급 대행사인 A사가 ISIC 발급 대행사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사가 A사에 3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통용되는 국제학생증은 ISEC(International Student Exchange Card)와 ISIC(International Student Identity Card) 두 가지다.
자연스레 ISEC 발급 대행사인 A사와 ISIC 발급 대행사 B사는 경쟁 관계가 형성됐다. B사가 2001년부터 허위, 기만 광고를 하면서 두 회사의 경쟁은 법적 분쟁으로 바뀌었다.
B사는 1993년 9월 유네스코로부터 로고 사용 허가를 받았다. 이후 2001년부터 자신들의 ISIC 국제학생증과 유네스코를 결합해 홍보하면서, 동시에 A사의 ISEC 국제학생증은 가짜 학생증이라고 비방하고 허위 광고를 퍼트리기 시작했다.
B사는 당시 홍보물에 △해외 여행 시 학생신분을 인정받고, 여행하는 각국의 제도화된 학생 할인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학생 ID카드 △우리나라에도 많은 여행사들 및 유학원들이 미국 사설업자가 유포하는 가짜 국제학생증을 판매하고 있으므로 국제학생증 구입 시에는 반드시 유네스코 로고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등의 문구를 담았다. 심지어 진짜 국제학생증과 가짜 국제학생증 비교 사진이라며 ISIC와 ISEC의 사진을 올린 것으로도 나타났다.
A사는 2001년 5월 즉각 소송에 나섰다. B사의 허위 광고를 막아달라며 홍보물배포금지가처분 신청을 내 승소했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2000만 원)에서도 이겼다.
B사의 비방은 계속됐다. B사는 다른 전단지를 통해 계속해 △진짜 국제학생증(ISIC)과 가짜 국제학생증(ISEC) 비교 등의 광고를 이어갔다.
A사는 2003년 공정거래위원회에 B사를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고발했고, B사는 해당 전단지 배포행위를 멈추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004년 8월, B사의 위반 행위는 인정하면서도, 심사 도중에 시정했다며 경고조치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B사의 비방, 허위 광고는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ISIC 국제학생증만이 유네스코가 공식 인증한 유일한 세계 고통의 학생신분증인 국제학생증'이란 문구로 광고를 이어갔다. A사가 2017년 재차 공정위에 B사를 고발했지만, B사는 이번에도 심사 도중 광고를 멈추겠다며 이를 삭제했다. 공정위는 이번에도 경고조치했다.
B사는 2019년에도 'ISIC 국제학생증만이 유네스코가 인증한 세계 유일의 학생신분증인 국제학생증'이라는 홍보물을 대학과 금융기관에 배포했고, 최근까지도 이러한 행위는 이어졌다.
결국 올해 초, A사는 B사를 상대로 다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소송 중에도 B사의 부당 광고 행위는 이어졌고, 재판부도 B사의 위법 행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B사)가 올해 6월 14일까지 행한 표시·광고행위는 부당한 표시·광고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라며 "원고(A사)가 손해를 입었으리라는 것은 경험칙상 넉넉히 인정할 수 있고, 피고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ISEC 국제학생증도 적법한 절차에 의해 발급된 것으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제학생증"이라며 "유네스코는 ISIC 국제 학생증에 유네스코 로고를 표시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B사가 그동안 해왔던 광고에 대해서도 "2004년 공정위 경고 조치 이전에 이뤄진 피고의 광고행위는 ISEC 국제학생증이 가짜이거나 사이비 국제학생증인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시킬 위험성이 매우 높은 허위과장, 기만 광고에 해당한다"라며 "2004년 공정위 경고 조치 이후 피고 광고행위는 잘못된 인식을 형성하게 해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위험이 있는 허위, 기만 광고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