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승용차는 6만 7654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 7만 1744대보다 4090대, 5.7%나 줄었다.
전기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승용차 판매가 심각한 부진을 보이며 내수에까지 악영향을 미치자 환경부는 지난달 25일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연말까지 5700만 원 미만 전기승용차를 대상으로 제작사의 차량 가격 인하 폭과 연동해 국비보조금 지원을 최대 100만 원 더 늘린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전기승용차 국비보조금 최고액인 680만 원을 지원받는 차량 가격을 제작사가 500만 원 내릴 경우 국비보조금은 780만 원으로 커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작사 차량 가격 인하 500만 원에 추가 보조금 지원 100만 원을 더해 600만 원의 혜택을 추가로 누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환경부가 국내 전기차 보급을 시작한 2012년 이래 연중에 국비보조금이 상향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보조금 집행률 한참 낮은데 지원 액수 줄인다?
정부가 올해 전기승용차 판매 부진 상황을 그만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정부는 연말까지 석 달이나마 보조금을 올려 '주행 거리' 및 '충전 인프라'와 더불어 소비자들의 전기차 선택을 결정하는 3대 요소 중 하나인 '차량 가격' 인하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정작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전기승용차 보조금을 올해보다 100만 원 낮췄다.
내년 보조금 지원 대수를 올해 21만 6천 대에서 23만 3천 대로 1만 7천 대 늘리면서 지원 금액은 올해 대당 평균 50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내렸다.
전기차 보조금이 전년보다 감소하는 게 낯선 모습은 아니다. 2017년 대당 1400만 원까지 지원됐던 전기승용차 보조금은 이후 해마다 줄어 왔다.
하지만 심각한 전기승용차 판매 부진 탓에 연중 보조금을 크게 올리는 초유의 상황을 겪으면서 보조금 감액 기조를 지속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 감액된 보조금으로도 전기차 보급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며 감액 기조 유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보조금 지원 액수는 줄이는 대신 지원 대수를 늘려 전기승용차 보급을 확대한다는 게 정부의 보조금 감액 명분이다.
무공해차 보급사업 예산까지 사상 첫 감액 편성
그러나 올해 들어 8월까지 보조금 집행률이 40%에 불과하고 지난해 연간 집행률도 80% 수준에 그친 데 비춰보면 이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해마다 보조금 집행률이 애초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는 현실에서 지원 대수 확대를 명분으로 기계적으로 지원 액수를 줄이는 게 전기차 보급 확대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비판이다.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신규 보급 목표 대수를 승용차를 포함해 26만 8천 대로 잡았지만, 지난달까지 실적은 겨우 10만 대를 넘겼다.
연중 보조금 인상이라는 파격 조치로 전기승용차 수요가 최소 1만 2천 대 이상 추가 발생할 것으로 환경부는 기대하고 있지만, 이미 올해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은 어렵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전기차 등 '무공해차 보급사업' 예산을 2조 3988억 원으로, 올해 2조 5652억 원 대비 7% 넘게 줄였다.
무공해차 보급사업 예산이 전년보다 감소 편성된 것도 사상 처음이다.
정부가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 대세인 친환경차로 전환 의지를 진정 굳게 하고 있는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