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국산화 과제의 배신…칼 빼든 국방과학연구소

연구 사업 관련자 등 경찰에 '수사 의뢰'
"10월 지나 감사 내용 공개 예정"
'짜 맞추기식 연구' 근절되나…"성실 실패 마련"

국방과학연구소 리오셀계 탄소섬유 개발 보도자료 캡처

국방 국산화 연구 과정에서 '허위 연구'가 있었다는 폭로가 나와 관리‧감독을 총괄했던 국방과학연구소가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했다.
 
한 달간의 감사 끝에 국방과학연구소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 납품업체 등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문제 있다'…국방과학연구소, 감사 종료

국방과학연구소(이하 국과연)가 납품업체와 사업 관리자 등에 대한 감사를 종료했다고 2일 밝혔다. 폭로가 등장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국과연은 (주)한화와 전주 D 연구기업에게 미사일 발사체 추진기관에 사용할 탄소 섬유 개발 연구를 맡겼다.
 
미사일발사체의 경우 내열 소재는 3000도 이상의 고열에서 버틸 수 있는 소재가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벨라루스산 레이온 탄소 직물을 전량 수입해 의존하고 있었다. 이에 독자적인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D 연구업체에서 2년여간 근무한 A씨는 "원하는 연구 결과물이 나오지 않자 기존에 수입해 오던 레이온 탄소 직물을 리오셀 탄소 직물로 개발이 된 것처럼 속이고 사진을 찍어 허위 보고가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이 외에도 '중국산 기술유출'과 '시험성적서 조작' 등에 관한 내용과 근거 자료를 덧붙였다. 국과연이 연구와 납품을 담당하는 D업체에게 지불한 사업비만 총 29억 원이다.
 
국과연 관계자는 "감사를 마쳤고, 협력업체 등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다"며 "감사 내용은 10월이 지나야 공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 진행된 국방과학연구소의 1차 감사. 독자 제공
 

'최초 감사' 부실 논란 불가피…"성실 실패 인정한다"

국과연의 이번 감사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A씨의 공익 신고에 의해 국과연은 D업체를 방문하며 감사를 1회 진행한 바 있다.
 
당시 국내 N업체를 통해 들여온 벨라루스산 직물을 봤고, 이를 D업체의 자체 제작한 나무 상자에 직접 옮긴 인물인 A씨가 이번과 동일한 내용으로 공익 신고를 접수했기 때문이다.
 
다만 국과연은 '조사 수행에 제한이 있다'는 의견을 내며 사실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2019년 12월 과제가 지지부진하자 수입산을 들여와 허위 보고를 했다는 게 폭로 핵심인데 2023년 3월 D업체 공장에서 보고용 탄소 섬유를 봤다는 식의 의견을 내며 감사 부실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CBS노컷뉴스의 연속 보도를 토대로 감사원 출신의 국과연 신임 감사실장이 재감사에 나서면서 감사 결과가 뒤집혔고, 경찰의 수사 의뢰로 이어졌다.

같은 내용과 근거 자료에 의한 폭로에도 국과연이 다른 결과를 발표한 부분에 대해선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미사일 발사체 국산화 개발 과정에서 '박스갈이' 허위 보고가 있었다는 내부 폭로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국회 국방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제409회 국회(임시회) 제3차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방위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국산 무기 개발 과정에서 수입산 둔갑 등 '탈법적 성공'을 막기 위한 '성실 실패' 제도가 마련된 것이다.

추후 진행될 경찰의 수사와 감사 내용을 통해 이른바 '짜 맞추기식 연구'에 대한 진실이 수면 위로 오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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