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법원 판단만 남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12일 수원지검 조사 때 "증거라고는 단 하나도 제시받지 못했다. 정치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구속 필요성도, 증거도 충분하다"며 영장 발부를 자신하고 있다.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 대표와 검찰 모두 명운을 건 진검승부가 될 전망이다.
이날 영장심사는 헌정사상 처음 제1야당 대표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데다 양쪽이 제출한 구속영장과 의견서가 수천쪽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역대 최장 시간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지난해 12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영장 심사가 10시간 6분으로 가장 길었다.
2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전날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컨디션 회복 등 치료를 이어가며 영장심사 출석을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31일 단식을 시작해 24일차인 지난 23일 단식을 중단한 이 대표는 의료진 등과 협의를 거쳐 법원 심사에 출석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이 대표는 별도 입장문 발표 없이 오전 9시 45분쯤 서울중앙지법에 변호인과 함께 출석할 예정이다. 민주당 내 친명계 의원들도 여럿 법원에 출석하는 이 대표와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심사에서 검찰은 이 대표 범죄 혐의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중점적으로 강조하면서 구속 필요성을 피력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백현동 개발 비리)와 수원지검 형사6부(쌍방울 대북송금) 소속 부부장검사 등이 심사에 참여해 구속 의견서와 수사기록 일체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준비한 프레젠테이션(PT)도 진행한다. 검찰이 앞서 법원에 낸 의견서 분량만 1600쪽에 달한다.
이 대표가 현직 제1야당 대표로서 사실상 도주 염려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영장 발부를 가를 승부처는 결국 증거인멸 우려를 얼마나 검찰이 입증하느냐에 달렸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검찰은 이 대표 주변에서 일어난 증거인멸 시도를 수사 과정에서 다수 포착했다는 입장이다. △공직선거법 재판에서의 위증교사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 번복 △쌍방울 대북송금 재판 기록 유출 등 시도에 그친 것이 아니라 이미 현실화한 사례도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하기 위해 이 대표가 2018년 12월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당시 증인을 포섭해 위증을 교사한 통화 녹음 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한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위증교사 혐의를 적용하는 동시에 구속영장 청구서에도 허위 증언을 논의하는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자세히 담았다.
검찰 측 설명이 끝나면 이 대표 변호인단이 이를 재반박하는 순서로 심문은 진행된다. 이 대표 측은 검찰 수사 과정에 입회한 고검장 출신 박균택 변호사와 판사 출신 김종근, 이승엽 변호사 주도로 변호인단을 꾸려 심문에 나선다. 이 대표 측은 혐의 성립 여부는 물론, 검찰의 구속 필요성을 반박하는 데 변론의 방점을 찍은 것으로 전해진다.
영장 심사를 맡은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9기)는 심사 중간중간 궁금한 점 등을 직접 검찰과 이 대표 측에 물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 설명과 판사의 질의응답까지 진행될 경우 영장심사는 장기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장 시간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기존에 가장 길게 영장 심사를 받은 인물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다. 서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10시간 6분 동안 심사를 받았다. 그에 앞서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심문은 8시간 40분, 2020년 6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심문은 8시간 30분이 걸렸다.
이 대표 혐의가 특경가법 위반(배임), 특가법 위반(뇌물), 위증교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4가지로 광범위한 점을 고려하면 심사는 이날 저녁 늦게까지 이뤄질 전망이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26일 밤을 넘겨 27일 새벽에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