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외부세계가 선거를 치르라고 압박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24일 보도 등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예정대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고 한다.
공화당의 유력 정치인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경우 지난달 의회 대표단 자격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 내년 대선이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다음 스텝을 밟을 시기, 즉 내년 선거를 치를 시기"라고 말했다.
또 "공격을 받는 와중이라도 이 나라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를 원한다"고도 했다.
미국 보수 유권자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 폭스뉴스 간판 앵커 터커 칼슨도 볼로드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선거들을 취소하고 있다며 비판한 바 있다.
앞서 올해 5월에는 유럽평의회(PACE) 대표 티니 콕스(네덜란드)도 올해 초 대지진을 겪은 튀르키예도 대선을 치렀다면서 전쟁중인 우크라이나도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당초 다음달에는 총선을, 내년에 3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순차적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전쟁중인 지금 우크라이나는 계엄령 발령 상태다. 이 나라 헌법상으로는 계엄령 발동 하에서는 선거는 치를 수 없다.
따라서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계엄령이 유지될 공산이 높기 때문에 그 기간에 선거가 치러질 개연성은 낮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집권 여당은 서방의 이 같은 요구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가 선거를 틈타 우크라이나 정치사회에 분열을 조장할 수 있는데다, 전쟁에 참전중인 군인과 외국으로 피난간 국민들을 투표에 정상적으로 참여시키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계엄령하 선거 금지를 명문화한 헌법을 개정하는 것도, 계엄령을 해제하는 것 역시 어렵다.
이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도 서방이 지원한 재정을 선거에 쓰지는 않겠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의사를 나타낸 바 있다.
그렇다고 서방 세계의 막대한 지원에 의지해 전쟁을 수행중인 상황이라 서방의 간섭에 귀를 닫을 수도 없다.
미국과 유럽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선거 강행 압박이 커지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빌미로 권위주의 국가로 퇴행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2004~2005년 구소련 권위주의 정권의 붕괴를 불러온 '오렌지 혁명'과 친러시아 정권을 축출한 2013~2014년 '마이단 혁명'으로 민주화 실험을 이어오고 있지만,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는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서방 세계의 미덥지 않은 인식 때문일 수 있다.
미국에서는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에 미온적인 젤렌스키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외부 지원금 일부를 착복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설사 내년에 대선이 치러진다고해도 재선에 도전할 뜻이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포르투갈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선이 치러진다면 나는 절대 조국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헌법 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