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탈서구화' 지도 그리기…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최찬숙의 신작 'THE TUMBLE'.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이것 역시 지도'가 21일 개막했다. 주 전시장인 서울시립미술관(SeMA) 서소문 본관과 서울역사박물관, SeMA 벙커, 스페이스mm, 소공스페이스, 서울로미디어캔버스 등 6곳 전시장에서 열린다. 전 세계 예술가 40명(팀)이 참여했다. 신작 37점 포함 모두 61점을 공개한다.

 레이첼 레이크스 예술감독은 지난 20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미디어를 재료로 삼아 지역, 나아가 글로벌 역학관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디아스포라, 갈 곳 잃은 사람들의 삶을 쫓아가면서 미디어를 활용해 지구를 새롭게 리맵핑하려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전시가 서구식 지도에 대한 대안 제시는 아니다.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현재 우리가 이루고 있는 네트워크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모든 사람의 일상을 규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도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끼바위쿠르르의 신작 '땅탑'.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소문 본관 마당에 들어서면 이끼바위쿠르르의 신작 '땅탑'을 볼 수 있다. 부동산의 '평' 단위를 활용해 만든 여러 형태의 탑들은 작은 마을 또는 신도시를 연상시킨다.

아구스티나 우드게이트의 신작 '신세계 지도'는 희미한 잉크 자국만 남아 있는 550쪽 분량의 옛날 지도책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아구스티나 우드게이트는 "머신러닝의 알고리즘 등 신기술을 사용해 현재성을 획득했다. 공간과 장소의 상호 연결성에 대한 담론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도 기여했다"고 말했다.

찬나 호르비츠의 '오렌지 그리드'.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찬나 호르비츠의 '오렌지 그리드'는 오렌지 색 격자 무늬가 뒤덮힌 전시 공간에 여러 개의 검은색 육면체가 놓여 있는 형태다. 기하학이라는 엄정한 공간과 인간의 마찰 사이 개념적 간극을 탐구한다.

왕보의 '인테리어 분수'는 1970년대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조명과 실내장식 산업의 서사를 반추한다. 작품의 재료인 LED 조명 분수와 플라스틱 조화는 을지로에서 구입했다.

이주민의 정체성에 대해 사유하는 메르세데스 아스필리쿠에타의 신작 연작 '다섯 번의 주문과 노래 한 곡 Ⅰ~Ⅴ'는 한국에서 생산한 직물이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수출됐다가 암스테르담에서 제작된 설치작이다.

왕보의 '인테리어 분수'.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프랑소아 노체의 '코어 덤프'는 킨샤샤, 선전, 뉴욕, 다카르 등 네 도시를 배경으로 한 비디오 연작과 한국의 전자폐기물을 활용한 조각으로 구성됐다. 이들 도시는 광섬유 케이블, 철새의 이동, 상충하는 근현대사, 무역로 등 복잡한 네트워크로 얽혀 있다. 최찬숙의 신작 'THE TUMBLE'은 미국 애리조나 사막의 회전초를 통해 땅과 몸의 다층적 관계를 탐구한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한국에서 태어나 홍콩, 캐나다, 미국 등에서 거주해 온 제시 천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서베이 전시를 소개한다. 비디오, 조각, 드로잉 등을 통해 가족사, 한국 민속 문학 등을 다룬다.

지하철 시청역과 을지로역을 연결하는 통로에 위치한 스페이스mm과 소공 스페이스에서는 전현선과 왕보의 작품을 선보이고, 서울로 7017에서 조망 가능한 대형 스크린 서울로미디어캔버스에서는 유어 컴퍼니 네임의 신작 '가제 제목 여기', 나타샤 톤테의 신작 '2번 돌의 아이들', 라야 마틴의 '아르스 콜로니아'를 비엔날레 티저 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출품작은 이주, 이산, 경계, 환경 오염, 자연 채굴 등에 대해 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지식과 사유를 담고 있다"며 "서구적 세계관과 가치관을 벗어난 다양한 작품들은 다층적인 이 시대의 네트워크, 움직임, 이야기, 정체성, 언어를 파악하는 길잡이가 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