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하락하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2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두 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 실적이 언제 흑자 전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는 반도체 수요 부진이 여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AI(인공지능)용 반도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반도체 부문이 수요 부진의 늪에서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은 최근 9월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바닥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반도체 동향지표인 DXI지수는 전주보다 3.8%, 지난달보다 1.9% 각각 상승했다. 9월 들어 DXI지수는 2021년 3분기 이후 2년 만에 완연한 'V자' 반등을 그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을 인상할 것이란 직접적인 예측도 나온다. 메리츠증권 김선우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9월 모바일 D램 판매 가격을 7~9%, 낸드플래시 가격을 1~2%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감산에 합류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계 전체가 감산에 돌입한 바 있다. △감산 △가격 상승 △업황 회복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한다는 진단이다.
특히 D램 가격은 4분기 본격 상승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4분기 글로벌 D램 시장이 공급 과잉에서 부족 상태로 바뀌면서 가격이 3분기보다 17.8%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은 AI(인공지능)용 반도체가 이끌 전망이다. 핵심으로 꼽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다.
다만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 1위인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흑자 전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1분기와 2분기 각각 4조 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2조~3조 원대의 적자가 계속될 것으로 시장은 예측한다. 메모리 가격이 살아날 4분기 역시 적어도 5천억 원대에서 1조 원 중반의 적자 가능성이 거론된다.
핵심은 반도체 업계 전반의 수요 부진에 있다. AI용 반도체만 수요가 확대하고, 다른 반도체는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의 TSMC가 수요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TSMC는 주요 공급사에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납품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수요가 살아있는 AI용 반도체도 TSMC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에 불과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체 D램 매출 가운데 10%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