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현장 치안을 강화하겠다며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예고하면서 지역 치안을 책임지는 부산경찰청 역시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핵심 수사 부서가 30여 년 전 이름으로 돌아가고 기능도 일부 조정되는가 하면 여러 조직이 통폐합되면서 결국 시민 안전이 아닌 경찰 힘 빼기가 조직 개편의 목적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경찰청이 지난 18일 발표한 조직 재편안에 따르면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강수대)는 '형사기동대'로 이름을 바꾸고 직제와 기능도 일부 바꾼다. 현재 수사 기능을 축소하고 지역 치안 유지를 위한 순찰 등 범죄 예방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강수대는 1980년대 형사기동대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해 기동수사대와 광역수사대 등으로 이름을 바꾸며 수사력을 키워왔다.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강력범죄수사대'로 개편되면서 강력과 폭력, 지능 사건 등 지역의 굵직한 사안을 다루며 부산경찰청의 수사 핵심 부서로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조직 재편으로 다시 형사기동대로 이름을 바꾸고 기능도 일부 조정하면서 명칭뿐만 아니라 수사력과 위상도 30년 전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게 됐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형사기동대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일선 경찰서 형사 일부를 차출하겠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일선 경찰서의 수사력이나 치안 유지 능력은 더욱 약해질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조직적 범죄나 드러나지 않은 범행에 대한 수사, 기획 수사 등은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전반적인 수사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큰 사건이 생기면 부서 이름만 바꾸기만을 반복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 결정으로 결국 과거로 돌아가게 된 것 같다. 제도개선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현장에 경찰을 배치해 범죄를 예방하는 것도 효과가 있지만, 범죄자를 검거하고 처벌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며 "두 활동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데, 이번 개편으로 예방 활동이 강조되고 기존의 수사 기능이 약해지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과 함께 도입한 수사심사관 제도도 불과 3년 만에 폐지되면서 경찰의 수사력 약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찰은 2021년 수사권 조정에 앞서 부실 수사 논란을 막고 수사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수사심사관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번 조직 재편에서는 업무 효율을 높이겠다며 수사심사관 제도를 3년 만에 없애기로 했다.
경찰이 현장 치안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다는 기동순찰대에 대한 비판도 있다. 현재 지구대와 파출소 등에서 시민을 직접 대하는 지역 경찰의 정원조차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별도 기동대를 만들어 치안을 유지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이다.
이밖에 일선 직원들 사이에서는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인 개편, 정보경찰 축소와 주요 부서 통폐합 등이 결국 지역 치안 유지가 아닌 경찰 힘 빼기에 불과한 개편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정학섭 부산경찰 직장협의회장은 "전국적으로 지역 경찰 정원은 1500여 명이나 부족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며 "정원이 부족한 상황을 덮어두고 기동순찰대를 만들어 치안을 유지하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 재편에 앞서 가장 중요한 구성원 의견조차 수렴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많은 일선 경찰이 이번 조직 재편이 탁상에서 내린 결정이자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조직 재편은 중복·유사부서를 통합하고 사무 등 행정인력을 감축해 치안 현장으로 재배치하고 일선 치안 역량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현장 수사 인력은 줄어들지 않는다"며 "형사기동대도 기존 (수사) 역할을 동일하게 수행하면서 범죄 예방활동을 병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