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흥지구 특혜 연루 공무원 재판 세번째 연기…尹 처남 의식?

공흥지구 특혜 연루 공무원 첫 공판…세번째 연기
법조계 "전형적인 시간 끌기…세번째는 이례적"
대통령 처남에 묻어가기 등 다양한 분석 나와
안진걸 소장 "사건 병합해 공모 관계 밝혀야"

지난 2021년 12월 30일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경기도 양평군청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 관련 자료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처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 사업 기간을 소급해 연장해 준 혐의로 기소된 경기 양평군청 공무원들의 첫 공판이 세번째 연기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의혹에 연루된 공무원들이 최근 기소된 윤 대통령의 처남을 의식해 노골적으로 '시간끌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번째 기일 변경…시간 끌기 전략 나섰나?


스마트이미지 제공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2단독 김수정 판사는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평군청 공무원 A씨 등 3명에 대한 공판기일을 이달 20일에서 다음달 30일로 변경했다.
 
당초 A씨 등에 대한 첫 공판은 8월 7일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A씨 측의 기일변경 신청에 따라 9월 11일로 연기됐다.
 
이후 A씨 측은 또다시 기일변경 신청서를 제출했고, 공판기일은 9월 20일로 미뤄졌다.
 
A씨 측은 이번에도 기일변경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주지원 관계자는 "변호인단에서 어떤 사유로 기일변경을 신청했는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기일을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A씨 측의 기일변경 요청이 시간 끌기의 일환이라고 입을 모았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민사 사건은 쌍방(원고·피고)의 합의만 있다면 얼마든지 기일변경 요청을 받아들이지만 형사 사건은 최대한 받아들이지 않는다"라며 "재판부도 재판을 길게 끌어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일변경은 변호인이 시간을 끌기 위해 자주 선택하는 수단"이라며 "이같은 사실은 검사나 판사 모두 알고 있는데, 무슨 이유로 세번씩이나 기일변경 요청을 받아들였는지는 속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변호사 출신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 B씨는 "공무원은 본인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재판을 굳이 끌려고 하지는 않지만, 재판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며 "시간을 끔으로써 이익을 챙긴다는 전략이 바탕에 깔려 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시간 끌기 나선 속내는?…윤 대통령 처남 때문?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왼쪽에서 두번째)가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통장 잔고증명 위조 등 혐의 관련 항소심 재판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 등이 시간 끌기에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우선 형량을 낮추기 위해 최근 기소된 윤 대통령의 처남이자 공흥지구 시행사인 ESI&D의 대표이사 김모씨와 함께 재판을 받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을 제기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검찰과 재판부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대통령 처가의 사건과 같이 재판을 받는다면 형량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시간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검찰은 공무원과 김씨의 공모 사실을 제쳐놓고 봐주기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재판부가 두 사건을 병합해 검찰 대신 공무원과 대통령 처남의 공모 관계를 밝혀주길 바란다"고 했다.
 
A씨 등이 김씨의 재판을 지켜본 뒤 입장을 정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B씨는 "자칫 김씨가 모든 혐의를 공무원들에게 떠넘기면 공무원들은 불리한 상황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며 "김씨의 변론을 먼저 듣기 위해 기일을 미루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공흥지구 특혜 의혹…쟁점은?


양평군이 0원으로 산출한 ESI&D의 공흥지구 개발부담금 내역. 강득구 의원실 제공

공흥지구 특혜는 윤 대통령의 처가 회사가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발부담금 0원' 등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도시개발 업무를 담당했던 A씨 등은 2016년 6월쯤 ESI&D가 진행중이던 주택사업 시행기간이 지났음에도, 관련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임의로 소급 적용해 늘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양평군이 인가한 공흥지구의 도시개발 사업기한은 2012년 11월~2014년 11월까지 2년간이었다. 하지만 아파트를 짓는 주택개발 사업기한은 2014년 5월에 승인이 떨어져 실제 공사를 마치기까지는 기한이 부족했다.
 
이럴 경우 통상 시행사 측이 도시개발 사업기한 연장 신청을 통해 기한을 늘리거나, 만약 기한이 지났다면 지자체에서 공사중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ESI&D 측은 기한을 초과한 상황에서도 미인가 상태로 공사를 이어갔고, 양평군은 준공을 한 달 앞둔 2016년 6월에서야 공사기한을 소급해 늘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은 사업 기한이 초과된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지만, 양평군이 공사 중지에 따른 주민 민원이나 공무원들의 과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임의로 기한을 소급해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ESI&D 측이 먼저 양평군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허위공문서 혐의 공소시효(7년) 만료를 고려해 공무원들부터 우선 재판에 넘겼다.
 
이후 검찰은 지난 7월 28일 이들과 함께 송치된 김씨 등 5명을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 혐의로 기소했다.
 
김씨 등은 개발 비용을 부풀려 개발부담금을 내지 않기 위해 2013년 2월 1일에서 2015년 5월 31일까지 사업장과 18.5km 떨어진 사토장까지 토사 15만㎡를 운반했다고 '토사 운반 거리 확인서'와 '토사 반입 확인서'를 위조해 양평군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양평군은 공흥지구 사업으로 798억원의 분양 실적을 기록한 ESI&D에 2016년 11월 개발부담금 17억원을 부과했다가 이의신청을 받고 이듬해 1월 6억원으로, 같은 해 6월 '0'원으로 최종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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