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지난 정부의 주택통계와 관련해 최소 94회 이상의 조작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최소 94회 이상'이라는 표현에 대해 확실한 증거와 자료가 있는 조작 사례만 94회이고 실제로는 더 많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자나 카톡으로 오고 간 발언이 남아있고, 실제 통계수치의 변동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질책이 국토부를 거쳐 부동산원에 압박으로 전달됐다.
감사원은 15일 감사결과를 설명하면서 '주택통계조작 주요사례'를 표로 만들어 언론에 배포하기도 했다.
이 표에 따르면, 청와대가 2018년 1월 22일 양천구 등의 주택통계 주중치(해당 주의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의 시장상황을 조사해 금요일에 계산한 통계)를 보고 받은 뒤, "통계를 똑바로 보고 있는 거냐! 수치가 잘못됐다"고 국토부를 질책하자, 국토부는 "위에서 얘기하는데 방어가 안 된다. 재점검해 달라"고 부동산원에 요구하고, 결국 양천구 주택 매매 가격이 1.32%에서 0.89%로 확정됐다.
또 2019년 6월 9.13 대책 이후 하락세를 유지하던 변동률이 점차 상승해 마침내 3주차에 서울 매매 변동률이 마이너스에서 보합으로 전환되자, 0.01%의 주중치에서 0.05%로 뛴 강남구 등의 통계 속보치(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시장을 조사해 월요일 보고 통계)를 받아본 청와대가 "왜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요?"라고 압박하자, 국토부는 "보합으로 가면 절대 안된다", "한 주만 마이너스로 조정해달라고 해봐",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습니다. 한 주만 더 마이너스로 부탁드리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부동산원에 읍소까지 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0.00%의 보합세가 실제 마이너스 0.01%로 공표됐다.
특히 2019년 7월 4일에는 국토부가 부동산원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의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발언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후 부동산원은 그 해 8월 2주차까지 서울 통계 속보치와 확정치를 실제와 다르게 0.02% 수준으로 줄곧 유지했다고 했다.
2020년 7월 14일에는 청와대가 당시 7.10대책 발표이후 "주택정책과정은 뭐하는 거냐"고 질책하자 국토부는 "윗분들이 대책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변동률을 한 자릿수로 낮추도록 부동산원을 압박했다. 이 때 변동률은 0.12%에서 0.09%로 변경 확정됐다.
2020년 8월에는 경실련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52%에 달한다고 비판하자 김상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 나섰다.
김 실장이 "적극적으로 감정원의 우수한 통계를 홍보하세요. 경실련 본부장이 날뛸 때 강하게 반박하라는 말입니다"라고 국토부를 질책했고, 국토부가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반박할 경우 오히려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하자 "그렇게 소극적으로 합니까"라고 거듭 질책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감사원은 지난 정부 후반부인 2021년 6월에는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국토부 간부가 "차관님 생각은 이 정권의 명운이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달려 있다. 지금도 오르는데 두 배로 올리면 현 정부는 실패한 정부가 된다"고 강조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청와대나 국토부의 발언이 정말 압박과 협박의 지시였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는 협박도 있지만 읍소의 부탁까지 압박으로 봐야하느냐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압박성 발언이었는지 당사자들 입장이 다를 수 있지 않느냐'는 기자 질문에 "대화 전후의 정황, 연결된 사람들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압박성 발언이었다는 것을 교차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감사원은 통계조작 등과 관련해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윤성원 전 국토부 1차관, 김학규·손태락 전 한국부동산원장 등 22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수사요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날 보도 자료에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에 대해 한차례 '대통령 비서실'이라고 언급한 뒤 줄곧 'BH'라는 표현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