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양승태 징역 7년 구형…"재판 독립 파괴"

양승태 징역 7년·박병대 징역 5년·고영한 징역 4년
1심 시작 후 결심까지 1677일 걸려
2019년 5월부터 15일까지 277차례 공판
檢 "사법부 목표 위해 재판을 거래 수단으로 삼아"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종민 기자

검찰이 재판 개입과 재판 거래 등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1심에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재판이 시작된 지 1667일 만에 1심 검찰 구형이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특정 판결을 유도함으로써 재판 독립 환경이 파괴됐다"고 강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이종민·임정택·민소영 부장판사)는 1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공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각종 재판 선고에 개입하고, 법관들에게 압력을 넣었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게는 각각 징역 5년과 4년이 구형됐다.

양 전 대법원장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재판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청구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등이다.

검찰은 당시 대법원의 역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 법관 재외공관 파견 등을 도모하기 위해 청와대·외교부 등의 지원을 받거나 대법원의 위상을 강화하고 헌법재판소를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이같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검찰은 "특정한 사법 행정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통상적인 업무 시스템에 따라 수행한 범행으로, 이례적이고 일회적인 단건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진 일련의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최고 사법행정권자들로서 강제징용 손배소 피해자인 원고 측을 배제한 채 피고(정부) 측과 함께 해당 재판에 개입했고 상고법원 도입을 반대하는 국회의원을 압박하기 위해 재판에 개입하기도 했다"고 일갈했다.

지난 2019년 1월 대법원. 윤창원 기자

또 "통진당 행정소송에 대해 헌법재판소를 압박하고 사법부 정책과 목표를 관철하기 위한 거래 수단으로 삼기로 마음 먹고 재판부에 접촉하고 재판 관여도 서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사법농단' 1심 재판은 2019년 5월 9일을 시작으로 이날 결심까지 총 277차례 공판이 이어졌다. 2019년 2월 11일 구속 기소됐던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부 직권으로 보석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이날 오후에는 피고인 측 최후 변론 등이 진행된다. 이날 공판 절차가 모두 끝날 경우 이르면 올해 안에 판결이 선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공판이 끝난 뒤 혐의에 대한 입장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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