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금지 입법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관심을 내비친 뒤로 물꼬가 텄다. 그동안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집권여당 국민의힘도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이다.
육견에 휘발유 뿌리고 반발하던 시절
애초 이 법에 적극적이었던 건 더불어민주당 쪽이었다.
개 식용 금지 법안을 준비하던 민주당 한정애 의원 지역 사무실에 식용견 농장주 모임인 '한국육견단체협의회' 회원들이 몰려온 게 지난 2018년 4월.
육견 10여마리를 좁은 우리에 넣고 휘발유를 뿌려 불 지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극단적인 장면까지 연출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한정애 의원은 개나 고양이의 식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2020년 12월 발의했다. 한 의원은 당시 집권여당의 정책위의장이자 '국회 캣맘'으로 알려졌었다.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만 해도 법안 공동발의자 10명을 찾기도 힘들어서 제가 의원 몇 분한테 일일이 전화해야 할 정도였다"고 귀띔했다.
2021년 12월에는 아예 정부 차원에서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말한 뒤 발족한 민관합동 논의기구였다.
하지만 이 기구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2년 동안 공전했다.
김건희 여사 나서자 발동 걸린 국힘
불을 지핀 건 김건희 여사였다.
지난 대선에서 양당 후보 모두 개 식용 금지를 공약했지만 정권 교체 이후 여당이 된 국민의힘이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터였다.
김 여사는 2022년 6월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진전을 이뤘으면 하는 정책'을 기자가 묻자 "동물 학대와 유기견 방치, 개 식용 문제 등에서 구체적 성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답했다.
나아가 올 4월에는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정부 임기 내에 개 식용을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 그게 제 본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사실이 전해졌다.
아울러 7월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박사를 만나서도, 8월 개 식용 종식 촉구 기자회견에 예고 없이 깜짝 등장해서도 개 식용을 종식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자 국민의힘에 뒤늦게 발동이 걸렸다.
태영호 의원은 김 여사 청와대 발언이 알려진 지 이틀 만에 개 식용 금지를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헌승 의원은 지난달, 안병길 의원은 이달 7일 각각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을 제안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이 법을 '김건희법'이라고 공개 호명한 뒤 아예 당론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김건희법'이라는 별칭을 두고 유승민 전 의원이 "천재적 아부"라고 일갈하고 홍문표 의원이 "정책은 순수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언론이 쓰는 용어를 인용했을 뿐"이라고 맞받은 상황.
당 지도부는 아울러 영부인 이름을 딴 법안의 국내외 전례가 있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미국의 존슨 전 대통령 부인 레이버드 존슨의 이름을 딴 '레이버드법' 1건을 찾아냈다고 한다.
관건은 업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
여야가 이렇게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자 정치권에선 오는 25일까지 잡혀 있는 이번 9월 정기국회 회기 중에 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24일에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정의당을 비롯한 여야 의원 44명이 발족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이 꾸려지기도 했다.
이 법을 다루는 국회 농해수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양당의 이견이 없으니 법안소위에서 바로 다룰 수 있다"며 "많은 국민들이 원하고 있으니 해결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관건은 보상 문제와 종식 시기다.
개 식용 관련 업자들은 생업을 포기하게 되는 만큼 상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동물단체 등에서는 법 테두리 밖에 있는 자들에게 세금을 낭비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서 요구하는 '15년 유예기간'을 수용할 수 있을지, 사육시설 철거비용을 정부가 일부 부담할지 여부도 쟁점으로 남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단은 입법이 되는 분위기지만 보상 문제도 그렇고 법 체계에 있어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김건희법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법 통과만 됐으면 좋겠다"면서도 "아직 정해야 할 게 많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