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일가족 3명이 숨지거나 크게 다친 가운데, 소방당국이 지난달 해당 아파트의 좁은 통행로와 이중주차 등을 소방활동의 장애로 지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아파트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화재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보다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지난 9일 화재로 2명이 숨지고 3세 아동이 크게 다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는 평일 오전임에도 진입로 양쪽으로 차량들이 세워져 있어 일반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통행로가 좁은 모습이었다. 아파트 뒤에도 도로가 있지만, 마찬가지로 도롯가에 차들이 줄지어 세워져 펌프차량 등 대형 소방차가 지나가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화재 당시 근무 중이었던 아파트 관리인은 "불이 난 걸 알고 신고를 한 뒤 곧바로 소방차가 빨리 들어올 수 있도록 아파트 단지 내 주차된 차량 정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주말 불이 날 당시에도 화재 지점으로 접근하는 안팎의 도로에 이처럼 차들이 세워져 있어 소방차량 진입에 시간이 더 소요됐다. 실제로 이날 화재 신고 접수 후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9분이 소요돼, 화재 골든 타임과 평소 소요 시간을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달 부산진소방서가 실시한 소방활동자료조사에서도 '소방차량 출동 시 통행로가 협소하고,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있어 장애가 우려된다'고 지적되기도 했다.
이처럼 노후아파트는 이중주차가 많아 소방차 진입과 소방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비교적 주차장이 좁고 면수가 부족해 심각한 주차난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부산 동래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가족 4명이 숨진 사건 당시에도 이중주차된 차들로 소방차가 화재 현장으로 가까이 진입하지 못 했다.
소방당국은 결국 소방차량을 현장에서 90m 떨어진 곳에 주차한 뒤 소방호스 9개를 이어 화재 진압에 나섰다. 해당 아파트 또한 70년대에 준공한 노후아파트로 아파트 주변과 단지 내 이중주차와 소방도로를 막은 불법주차가 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주차난으로 인한 소방차 진입의 어려움은 노후 아파트 구조적 문제로 꼽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2018년 법 개정으로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차한 차량에는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이는 소급 적용이 안 돼 노후 아파트는 예외다. 스프링클러와 대피칸막이 등 소방시설 설치 의무에도 해당되지 않는 사각지대인데다 소방차 진입까지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이에 지역 내 화재에 취약한 노후아파트의 실태를 파악하고, 화재 대피 훈련과 소방차 진입로 확보 등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