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순직사건과 관련해 야당의 탄핵 대상이 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2일 사실상 자진사퇴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이 장관이 야당의 탄핵 추진과 관련해 안보 공백 사태를 우려하면서 사의 표명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선 이 장관 사임은 시간의 문제일 뿐 조만간 후임자 인선과 함께 공식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무위원이 탄핵 소추되면 즉각 직무가 정지되는 것은 물론 사퇴나 해임이 불가능하며 따라서 후임자 임명도 이뤄질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수개월 간 차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탄핵 소추 후 167일 간 직무정지 됐다.
이 장관의 사의 표명을 좋게 해석하면, 미리 사퇴해 탄핵소추를 면하고 후임 장관 임명을 가능케 함으로써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여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야당은 해병대원 순직사건 조사와 관련한 '외압' 의혹을 덮기 위한 '꼬리 자르기'로 의심하고 있다. 장관에서 물러나면 향후 국회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등에 출석할 의무도 사라진다.
야당은 이 장관 해임을 요구할 때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탄핵 움직임이 현실화되자 그제야 면피성 자진사퇴로 대처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이 장관의 선제적 사퇴가 이뤄질 경우 초유의 국방부 장관 공석 사태로 이어진다. 북한이 전술핵잠수함까지 진수하는 등 안보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유례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장관은 야당의 탄핵 소추에 따른 안보 공백을 우려한다고 했지만 직무대행 체제 역시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 들어 기간이 다소 짧아지긴 했지만 장관 내정 후 실제 임명 때까지 한 달 가량 걸렸다.
만일 인사청문회 등 검증 과정에서 중대한 흠결이 발견될 경우 기간은 더욱 늘어나며, 특히 이번 건의 경우는 야당의 집중 견제가 예상된다.
더구나 직무대행을 맡게 될 신범철 국방부 차관 역시 해병대원 순직사건 외압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와 관련, 신 차관은 야당에 의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된 상태다.
군 소식통은 "정말 안보공백을 걱정한다면 후임자가 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본연의 임무를 완수하는 게 책임있는 고위 정무직의 자세"라며 "특히 국방부 장관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참으로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