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세모녀' 1년만에 또 드러난 복지 허점…정부 "개선 속도"

9일 네 살배기 아들을 남겨두고 숨진 40대 여성이 살았던 전북 전주시 한 빌라 현관문 앞. 아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기저귀 박스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전북 전주시 소재 빌라에서 생활고로 숨진 40대 여성이 발견되면서 또다시 정부 복지시스템의 '허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8월 '수원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가 위기가구 발굴 강화 등에 나섰음에도 비슷한 비극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사망 여성은 공과금 체납 등으로 두 달 전 이미 위기가구로 분류됐으나 실거주지 정보 부족으로 지자체의 손이 닿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대책' 추진상황 점검과 함께 보완책 마련을 약속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전주 빌라 사망사건'과 관련해 개최한 사각지대 대책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개최한 사각지대 대책 점검회의에서 "위기가구 발굴 및 지원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대책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전주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사망사건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원 대상자의 확인 절차 등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부연했다.
 
특히 이번 사례처럼 해당 가구가 중앙 정부에서 파악한 사각지대 발굴대상에 포함됐음에도 상세주소 미비로 위기가구 상담을 못 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대책을 신속히 내놓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5월 위기가구의 정확한 동·호수 정보가 지자체에 제공될 수 있도록 사회보장급여법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연내 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과의 정보시스템 연계를 통해 지자체에 관련 정보가 정확히 통보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다가구 주택의 동·호수 기입을 강화하고, 해당 정보를 사회보장정보시스템으로 제공받는 방안도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9일 네 살배기 아들을 남겨두고 숨진 40대 여성이 살았던 전북 전주시 한 빌라 입구. 우편함에 공과금 고지서가 보인다. 연합뉴스

앞서 전주시는 지난 7월 사망여성 A씨의 이름이 포함된 복지 사각지대 발굴대상 명단을 정부로부터 넘겨받았다.

A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아녔으나 빌라 관리비와 가스비 등을 수개월째 체납한 상태였다. 건강보험료도 무려 56개월이나 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주시는 A씨에게 지원대상임을 알리는 안내문을 우편 발송한 뒤 지난달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에 실패했다. 이후 같은 달 24일엔 담당 공무원이 직접 A씨의 집을 찾았으나 전입신고 당시 A씨가 지번만 쓰고 호수를 정확히 기록하지 않아 만남이 불발됐다.
 
여기에 위기가구 발굴을 맡은 지자체 인력부족 등이 더해져 사각지대 발굴체계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다.
 
A씨 옆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네 살배기 남아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등록 아동'으로 확인됐다.
 
A씨가 친모로 추정되지만, 당국에 신고가 누락됐을 뿐 아니라 정부가 지난 6~7월 대대적으로 진행한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에서도 포착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일단 이 남아에게 사회보장전산관리번호를 부여해 생계·의료급여 등 필요한 사회보장급여를 받을 수 있게 조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지자체와 협력해 상담조사를 거쳐 가정위탁이나 입양 또는 아동복지시설 입소 등 적절한 보호 및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생활고를 겪는 위기가구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없도록 기존 체계를 면밀히 점검해 더 촘촘하고 세심한 위기가구 발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각 지자체도 지역 내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지 않은지 민관협력을 통해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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