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모로코 강진은 현지시간 8일 금요일 밤 11시 11분에 발생했다.
현장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 상가 내부에 머물던 사람들이 건물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자 우르르 건물밖으로 내 달리는 장면들이 많다.
지진 피해 중심지인 마라케에서 지진과 맞닥뜨린 야세프 앗알리는 당시 친구들과 함께 옥외에서 참상을 경험했다.
그는 "모든 것이 하늘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던 것은 그저 뛰는 것 뿐이었다"고 말했다.
즉 붕괴를 피해 도망치는 것이 목숨을 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미 잠자리에 든 사람들은 꼼짝없이 지진의 덫에서 빠져나오질 못했다.
더욱이 건물들 역시 지진에 취약하기 그지없었다.
이 나라는 흙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다수다.
이들 건물에 대해 영국 태생의 현지 언론인 앨리스 모리슨은 BBC에 "압축된 점토로 지어졌다. 이 점토는 짚으로 만든 판대기 사이에 넣어서 삽으로 누르며 물을 준 다음에 한 줄을 더 올리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내진 설계건물이 많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은 굳이 불필요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던 것이다.
이번 지진의 진앙이 아틀라스 산맥이었던 것은 엎친데 덮친격이었다.
고원 지대 가파른 산비탈에 자리잡은 '붉은 집'들을 찍은 사진이 모로코의 상징처럼 여겨지듯 이 나라에는 산허리 건축물이 허다하다.
바로 이 아틀라스 산맥의 고원 기슭에 자리잡은 건물들이 이번 지진으로 추풍낙엽처럼 무너져 내리면서 피해를 키웠다.
현지 주민 무스타파 루아나비는 CNN에 "무시무시한 굉음에 귀를 찢는 듣한 소음을 들었다. 거실 한가운데를 기차가 뚫고 지나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의 최대 피해지역인 아스니 지역으로 통하는 도로는 산사태와 무너져 내린 바위로 지진 이후 도로의 기능을 잃었다.
지진 피해지역이 외부와 고립된 것이다.
군과 소방대의 접근이 어려워 구조가 지연되는 악순환으로 피해 수습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지 이재민들은 지진 이후 사흘째 밤을 맞고 있다.
집이 멀쩡한 사람들도 자기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노숙중이라고 한다.
지진 당시 엄청난 충격이 트라우마로 남은 때문이다.
한편, 국제사회의 지원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초 발생한 대규모 지진으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은 튀르키예와 전쟁중인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가 모로코에 지원을 약속했다.
모로코와 정치적으로 관계가 좋지 않은 이웃나라 알제리도 인도주의적 지원이 원활하도록 자국 영공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사하라 영토 문제로 수십년간 모로코와 분쟁중인 알제리는 2021년 모로코와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모로코를 잇는 항로를 폐쇄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