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직전 보도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두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7일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 반역죄"라며 맹공격을 퍼부었다. 1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대통령실 성명, 문체부·방통위의 태스크포스(TF) 가동 등 정부·여당이 관련 의혹에 대해 총공세를 펴는 모양새다. 검찰도 이날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하지만 '대선공작'이라며 거론된 의혹을 살펴보면 사실관계가 일부 맞지 않거나 짜깁기 된 부분들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검사가 커피를 타줬다'고 최초 보도한 곳은 사실상 뉴스타파가 아닌 다른 매체였고, 김씨와 신씨가 대화를 나눈 시점 역시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초기였던 데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확정되기 전이었다.
그럼에도 여권이 '대선공작' 의혹에 대해 연일 강경 드라이브를 거는 것의 배경에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사태로 잃어버린 '수도권·중도층' 민심을 공략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이념 투쟁' 선언 이후 중도층을 공략할 마땅한 전략이 부재한 상황에서 야당의 '사법리스크'를 부각시켜 표를 가져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브로커에게 커피를 타준 사람은 누구일까
여당이 '대선공작' 의혹을 지적하며 주로 언급하는 것 중 하나가 '커피'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사건 당시 브로커 조우형씨가 검찰 수사를 받았는데, 당시 '조씨에게 윤석열 검사가 커피를 타줬다'는 허위 사실이 뉴스타파 보도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된 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김만배 음성파일]"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제하의 기사를 보면 '윤석열이 커피를 타줬다'고 언급한 내용은 없다. 녹취에 등장하는 김만배씨 워딩을 그대로 옮기면 '커피'가 나오는 대목은 "박OO가 커피, 뭐 하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 보내주더래"라는 부분뿐이다.
실제 조우형씨 또한 검찰 조사에서 "커피를 준 것은 박모 검사"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타파 보도와 조씨 진술을 종합하면 실제 커피를 타 준 사람은 조씨를 조사한 박모 검사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여권이 '대선공작'을 주장하면서는 뉴스타파가 '윤석열 검사가 커피를 타줬다'고 보도한 것처럼 호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9월 김만배가 신학림을 만나 윤 후보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때 브로커 조모씨에게 커피를 타주며 사건을 무마했다는 허위 인터뷰 기획한 건 누구냐"(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2023년 9월 5일)
"대장동 비리 핵심 김만배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만든 상상 속 커피 공작 의혹이 실로 충격적이다"(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 2023년 9월 5일)
당시 '윤석열이 커피를 타줬다'는 보도는 그보다 앞선 2022년 2월 28일 JTBC에서 처음 등장한다. JTBC는 '[단독] 대장동 자금책 측근들 "검사가 타준 커피…영웅담처럼 얘기"' 기사에서 남욱 변호사의 진술을 토대로 "조우형이 '주임검사가 커피를 타줬고, 첫 조사와 달리 되게 잘해줬다'는 말을 했다", "당시 주임검사는 윤석열 후보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문제는 허위 인터뷰를 통한 '대선공작' 의혹이 촉발된 계기는 뉴스타파 전문위원이었던 신학림씨가 김만배씨로부터 약 1억 6천만원의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뉴스타파와 관계가 있는 신씨가 돈을 받고 인터뷰를 했고, 뉴스타파가 이를 보도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인데, 정작 문제의 보도는 다른 매체에서 나온 셈이다.
다만 이날 뉴스타파가 추가로 공개한 72분짜리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전문에 따르면 신씨가 "박영수가 윤석열하고 통화를 해서 그러면 조우형은 가가 지고 박OO 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온거야? 아니면 윤석열하고 마시고 온거야?"라고 묻자 김씨가 "아니 (조우형) 혼자. 거기서 타주니까 직원들이. 차 한 잔 어떻게 (검사와) 마시겠어"라고 언급한다. 당시 뉴스타파는 이 부분을 편집하고 보도한 셈이다.
尹,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사건' 봐주기 의혹은 여전
당시 뉴스타파 보도를 두고 거론되는 또 다른 쟁점은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수사 당시 윤석열 검사가 브로커 조우형을 봐주기 했다'는 내용이다. 녹취에 따르면 김만배씨는 "그 당시에 윤석열이 과장. 박OO, OOO이 남편이 주임검사야. 그래서 박영수를 소개해줘 내가", "왜냐하면 나는 형, 그 (검찰의) 혈관을 다 아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윤석열은 (박영수가) 데리고 있던 애지", "통했지. 그냥 봐줬지. 그러고서 부산저축은행 회장만 골인(구속)시키고, 김양 부회장도 골인(구속)시키고 이랬지"라고 말했다.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당시 봐주기 수사를 한 적이 없으므로 허위 인터뷰'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우형씨 또한 검찰 조사에서 "당시 윤석열 검사가 있던 대검 중수부는 대장동 대출 의혹을 조사하지 않았다"고 언급했고, 김만배씨는 최근 출소 후 "(윤 대통령이) 당시 대검찰청 중수2과장으로서 그런 영향력이 있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수사 당시 검찰이 브로커 조우형씨를 처벌하지 않고 봐줬다는 의혹은 여전히 존재한다. 당시 검찰은 조씨를 두 번 소환해 조사한 뒤에도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부산저축은행 관련 핵심 피의자들이 줄줄이 기소될 때도 조씨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의 책임자 중 하나인 대검 중수2과장이었다.
그러다가 4년 뒤인 2015년 수원지검에서 조우형씨에 대한 재수사를 진행했고, 조씨는 불법 대출 알선 혐의로 뒤늦게 구속돼 징역 2년 6개월, 추징금 20억 4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최초 수사가 부실했었다는 점이 객관적인 사실로도 드러난 셈이다. 더군다나 최초 수사 당시 조씨의 변호인이 박영수 변호사였으므로 이에 대한 의혹제기는 가능한 상황이었다. 여전히 최초 수사 당시 조씨가 어떻게 불입건 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시기상으로도 '대선공작'이라고 보기엔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다. 뉴스타파가 밝힌 김만배씨와 신학림씨의 대화 날짜는 2021년 9월 15일로 대장동 사건이 최초 불거지고 약 2주 뒤였다. 당시엔 김씨의 이름이 언론에 거론되기 전이었고,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확정되기 약 50일 전이었다.
與 "사형 처해야 할 국가 반역죄"…검찰 특별수사팀까지 '총공세'
여권에서는 이 사건을 '대선공작'으로 규정하고 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일 신학림씨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필두로 문체부와 방통위에서도 각각 관련 대응팀을 만드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4일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국회에서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하는가 하면, 5일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통해 "희대의 대선공작"이라고 비판했다.그러자 여당도 6일 관련 상임위 간사와 미디어정책조정특위 위원장 등을 소집해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당은 이 사건을 단순 정치공작이 아니라 선거공작꾼과 범죄꾼이 결탁한 희대의 국기 문란 행위로, 자유민주주의 파괴 범죄, 국민주권 도둑질 범죄로 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김만배씨와 신학림씨, 그리고 둘의 녹취를 보도한 뉴스타파와 언론사 기자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또한 이날 반부패수사3부 강백신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 수사팀'을 구성했다. 검찰은 김만배-신학림 인터뷰의 '배후 세력'이 존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상 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