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모 상병 순직과 관련한 항명 사태와 홍범도 장군 흉상 파동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국방‧안보 라인 교체설이 부각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대통령실은 부인했지만 위기감을 느끼고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최근 상황과 일정하게 거리를 뒀던 태도에서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과 임기훈 국방비서관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지난 4일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교체 가능성을 확인하면서도 최근 상황과 관계없이 이미 계획된 인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고위 관계자는 "안보실 2차장과 국방비서관이 군 출신이거나 현역 군인이기 때문에 적어도 6개월 전에는 다른 연동된 군 인사계획과 함께 종합적으로 준비를 하고 업무 인수인계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루 뒤인 5일에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 교체설까지 나왔다. 단순 인사 수요 때문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해진 것이다.
대통령실은 현재 이 장관 교체설에 대해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가안보실 인사만 따지더라도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
공교롭게도 임종득 차장과 임기훈 비서관은 항명 사태의 '윗선 개입' 의혹을 풀어줄 핵심 열쇠다.
임 차장은 이번 사태의 또 다른 '키 맨'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전화통화한 사실이 있다. 김 사령관이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공개했다.
임 비서관은 7월 30일 해병대 수사단의 언론브리핑 자료를 국방부로부터 전달받고 이튿날 임 차장을 대신해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했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 김정민 변호사는 "해병사령관이 (임종득) 2차장을 거론했을 때 용산(대통령실)은 뒤집어졌을 것"이라며, 따라서 윤 대통령으로선 임 차장과 임 비서관 교체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풀이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4일 페이스북 글에서 "'워싱턴 선언'부터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까지,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 역사적 업적이라고 자평하면서 왜 안보실 핵심 참모들을 교체하는지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유일하게 짚이는 건 박정훈 대령에 대한 대통령의 수사외압 의혹"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임 차장과 임 비서관은 임명된 지 각각 1년, 1년 2개월밖에 되지 않아 조기 교체에 해당되며 동시 교체는 더욱 이례적이다. 상식적으로 문책성 희생양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국가안보실과 국방부‧해병대 간 연결고리가 드러난 이상 '일부 참모들의 잘못' 정도로 사태를 규정하고 서둘러 종결하려 한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를 위해 국가안보실 교체설에 이어 국방장관 교체설을 순차적으로 흘리며 여론의 반응을 떠보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힘들 정도로 멀찌감치 꼬리 자르기에 나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