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항명' 파동이 장기화되면서 후폭풍이 커지는 것에 대해 해병대 전우회가 이르면 5일 2차 입장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상훈 해병대 전우회 총재는 전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70년 넘게 해병대가 지켜온 충성스러운 군대의 명예로운 전통을 저버리는 행위는 누구도 용납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저도 한국전과 월남전에 참전하신 80, 90세 원로들에게 꾸지람을 듣고 왔다"면서 "그 분들은 누가 더 잘못했고 덜 했고가 문제가 아니고, 해병대 70여년 역사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법원과 경찰에 넘어간 이상 예비역 단체들이 끼어들어 누구 편을 드는 것으로 비춰지면 안 된다는 게 첫 번째 (입장)"라며 "이 문제를 국방부든 해병대든 결자해지의 자세로 풀어라 하는 게 저희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서북도서 등 최전방에서 상관만 바라보며 대북경계에 여념 없는 장병들을 실망시키면 안 되고,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이 앞으로 해병대를 찾아오는 데 부정적 영향을 끼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해병대 전우회는 지난달 14일 이번 사태에 대한 첫 입장 발표에서 공정하고 외부 개입 없는 수사와 군의 결자해지를 촉구한 바 있다.
해병대 전우회가 짧은 기간에 잇달아 성명을 내는 이유는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해병대 예비역들의 비상한 관심과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 전우회 홈페이지 자유토론실에는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된 지난 1일부터 박 대령을 옹호하며 단체행동을 촉구하는 글이 급격히 늘어났다.
1일 이후 토론실에는 '해병이여 일어나라' '수사단장 외압 대응을 위한 단톡방 모임' '해병대전우회 총재는 사퇴하라' '5분 대기' 등의 제목을 단 글들이 22건 올라왔다.
이는 지난해 6월 토론실 개설 이후 올해 8월 초까지 전체 게시글이 5건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 과열 양상이다.
게시글 중에는 "우리의 자존심과 선배로서 후배를 지켜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집행부는 검찰 정권의 눈치만 보고 있을 겁니까" "입으로만 떠드는 해병대 정신 이제 잘 알았습니다" "우리 해병대 리더쉽이 고작 이것 밖에 안 되는가" 등 현 상황과 침묵하는 해병 공동체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 다수를 이뤘다.
이런 기류를 반영한 듯 역대 해병대 사령관들도 김계환 현 사령관에게 자진사퇴를 포함한 용단을 내릴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김 사령관은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접촉 자체를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