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명이 다친 부산 목욕탕 폭발은 건물 지하에 설치된 연료탱크에서 일어났다는 현장 감식 결과가 나왔다. 해당 목욕탕에서는 수년 전에도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소규모 노후 목욕탕에 대한 안전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부산소방재난본부와 경찰, 가스안전공사 등은 지난 1일 불이 난 부산 동구 모 목욕탕 현장에서 2차 합동감식을 벌였다.
감식반에 따르면 목욕탕 건물 지하에 설치된 연료탱크가 부풀어 있었고 이음부는 파손된 상태였다. 화재 당시 연료탱크에는 2천ℓ 상당의 경유가 있었고, 현재는 586ℓ 정도가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현장 조사에서 주변 소실 상태 등을 고려한 결과, 지하 1층에 있던 경유 연료탱크를 처음으로 불이 시작된 지점으로 지목했다. 화재, 폭발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 감식을 통해 밝혀낼 계획이다.
부산항만소방서 화재합동조사단 박정진 주임은 "최초 발화지점은 지하 1층 경유 연료탱크로 추정된다. 탱크가 내부 압력으로 인해 부풀어 있고 배관 등 용접 이음부 등이 모두 떨어져 나가 있었다"며 "1층 보일러실은 발화 지점과는 먼 곳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화 원인은 탱크 주변 전기적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면서 "탱크 자체가 밀폐된 공간이라 유증기가 쌓일 수 있는 공간이 있긴 하지만, 유증기에 의한 폭발인지 등은 좀 더 살펴봐야 한다. 내부에 폭발로 인한 잔해가 많아 장비 투입 전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오후 1시 40분쯤 부산 동구 목욕탕 건물에서 폭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 10명과 경찰관 3명, 공무원 4명, 주민 6명 등 모두 23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가운데 소방관 2명은 전신 2도 화상 등 중상을 입었다. 부상자에는 김진홍 동구청장도 포함됐다.
소방은 지난 2일 1차 합동감식을 통해 유증기(공기 중에 떠다니는 기름 방울)로 인한 폭발 화재로 추정했고, 이날 2차 합동감식에서는 발화지점과 발화원 등을 주로 살폈다.
한편 이번 사고가 나기 전에도 해당 목욕탕에서는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는 등 폭발 화재 위험이 이미 예견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감식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목욕탕 업주 A(50대·남)씨는 수년 전부터 도시가스로 교체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돼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당일에는 목욕탕 영업을 안 해 보일러나 전기가 모두 꺼진 상태였는데 왜 불이 났는지 모르겠다"면서 "기름보일러가 위험하다 보니 20년 전부터 도시가스로 교체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재개발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5~6년 전에는 기름 유출 사고도 나 조사받고 벌금도 냈다"고 했다.
이어 "사고 이후 노후화된 보일러도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사고 전날까지 보일러와 배관 상태를 점검하는 등 수시로 안전 관리를 해왔는데 이런 사고가 나 동네 주민들께 너무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관계기관은 소규모 노후 목욕탕일수록 유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화재 우려가 크지만, 소방 점검 등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이번 폭발 사고가 발생한 목욕탕을 비롯해 부산에서 영업 중인 목욕탕 712곳 가운데 다중이용업소로 등록된 곳은 80개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소규모 사업장으로, 화재 등 안전관리를 의무로 정한 다중이용업소에 해당되지 않는 실정이다. 목욕탕의 경우 수용인원이 100명 이상이고 찜질방 설비 등을 갖춘 곳이 다중이용업소에 해당한다.
다중이용업소의 경우 2년에 1번 소방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고 설비 정기점검 등을 반드시 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소규모 목욕탕의 경우 이에 다중이용업소에 해당되지 않아 안전관리는 업주에게 맡겨진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최근 3년간 부산에서 발생한 목욕탕 화재는 모두 18건으로, 매년 4~5건씩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다중이용시설로 등록되지 않은 건축물에 대한 안전 관리·감독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대부분 업주가 직접 안전 관리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폭발 사고의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연료탱크가 설치된 목욕탕도 부산지역에 모두 109곳이나 있는 것으로 파악돼 추가 사고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부산가톨릭대 정두균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유류 저장함 등 위험물은 의무적으로 안전관리자를 두도록 소방법에 정하고는 있지만, 영세 사업장에서는 업주가 직접 맡아서 하고 있다"면서 "소규모 노후 목욕탕일수록 유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화재 위험성이 큰 만큼 지자체가 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등 안전 확보 방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