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을 묻자 "1천 원 쯤"이라고 말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는 1994년도 기본요금이다. 온라인상에서는 한 총리의 재산신고액 기사가 게시되는 등 "현실 물가를 모르는 총리가 민생 경제를 어떻게 챙기겠느냐"는 한탄이 가득하다.
30일 한 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들한테 교통비가 심각하지 않나. 택시비도 올랐는데 얼만지 아시나"라고 묻자 "글쎄요, 한 1천 원쯤 되지 않았나요"라고 답했다. 한 총리의 답변에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헛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택시 기본요금 1천 원'은 1994~1997년도 기본요금이다. 서울시 택시요금 변화 추이 자료에 따르면 1994년도의 택시비는 100원 오른 1천 원이었고, 1998년 300원이 인상됐다.
이에 이수진 의원은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랐다"며 "중요한 물가 인상 요인이고 국민들이 힘들어하시는 부분이다"라고 지적했고, 한 총리는 "1천원을 얘기한 것은 인상분에 대해 보고를 많이 듣고 고민을 했어서 착각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후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택시 기본요금도 모르는 윤 정부 총리, 어떻게 피 같은 국민 혈세를 잘 쓸 수 있겠느냐"며 "기본요금 질문에 얼토당토않게 '한 1천원 쯤 되지 않았나요?'라고 답한 한 총리가 너무나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한 총리의 답변이 공분을 사고 있다. 누리꾼들은 정부·여당의 과거 발언을 소환하며 한 총리의 '택시요금 1천 원'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한 누리꾼은 "택시 기본요금이 1천 원인 줄 알아서 최저임금을 너무 올리면 안된다고 하는 거였어?"라며 지난해 4월 보도를 첨부했다. 한 총리는 국무총리 후보자 당시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가면 기업이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결과가 와서 서로 '루즈-루즈게임'이 된다"고 말했다.
"이러니 실업급여로 샤넬 산다는 말을 하지"라며 지난달 12일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개최한 공청회를 언급한 누리꾼도 있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서울고용지방노동청 관계자는 "(수급자들이 실업급여를 받으며) 해외여행을 가거나 일할 때 자기 돈으로 살 수 없던 샤넬 선글라스나 옷을 사며 즐기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태원 참사 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관용차 기다리느라 현장에 늦게 도착한 거 생각난다. 기사 딸린 차 아니면 안 타시는 분들이 택시비를 알리가"라고 일갈했다.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 발생 당시 사안을 인지하고도 관용차를 타느라 85분 늦게 현장에 도착해 시민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일각에서는 "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에 일일이 보지 않으면 모를 수 있다", "(이 의원의 질문이) 듣기에 따라 얼마 올랐냐는 질문일 수 있다"등 한 총리를 옹호하는 의견을 보였다.
정몽준 전 의원의 '버스비 70원' 발언이 소환되기도 했다.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었던 정 전 의원은 당 대표 후보자 생방송 토론회에서 "서민이 타고 다니는 버스 기본요금이 얼마인지 아는가"라는 질문에 "요즘은 카드로 탄다. 한 번 탈 때 70원 정도 하나"라고 답했다. 당시 버스 기본요금은 1천 원이었다.
한 총리의 발언으로 지난 3월 공직자들의 재산 신고 보도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보도 내용을 공유한 누리꾼은 "택시 기본요금 1천 원인 세계관에 사는데 재산이 85억임"이라고 적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관보에 게재한 '2023년 공직자 정기재산변동(작년 12월 31일 기준)'에 따르면 한 총리는 85억1731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중 두번째로 많은 액수다.
한 총리의 재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예금으로, 한 총리 본인이 32억7천만 원, 배우자가 19억 원 등 51억8천만 원을 신고했다. 부동산으로는 한 총리 소유의 서울 종로구 소재 단독주택(27억5천만 원)과 배우자 소유 인천 남동구 임야(7500만 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