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총지출 656.9조…증가율 2.8%로 역대 최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예산안' 사전 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내년 정부 총지출 규모가 656조 9천억 원으로 편성됐다.
 
정부는 29일 이런 내용의 '2024년 예산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날 의결된 예산안은 다음 달 1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내년 총지출 656조 9천억 원은 올해 638조 7천억 원보다 18조 2천억 원, 2.8% 늘어난 규모다.

내년 예산안의 분야별 재원 배분을 보면 역시 민생과 직결된 보건·복지·고용에 전체 예산의 37%인 242조 9천억 원이 배정됐다.

올해보다 16조 9천억 원 늘어 증가율이 7.5%로 총지출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일반·지방행정은 111조 3천억 원으로 올해보다 9천억 원, 0.8% 줄었다. 그러나 내국세에 연동돼 지자체로 자동 배정되는 지방교부세를 제외하면 7조 6천억 원, 20.7% 늘었다.

교육은 89조 7천억 원으로 올해보다 6조 6천억 원, 6.9% 줄었다. 하지만 역시 내국세에 연동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빼면 3천억 원, 1.3% 증가했다.

국방은 59조 6천억 원으로 2조 6천억 원, 4.5% 증가했고 산업·중소기업·에너지와 SOC도 각각 27조 3천억 원과 26조 1천억 원으로 각각 4.9%(1조 3천억 원)와 4.6%(1조 1천억 원) 늘었다.

공공질서·안전도 올해 22조 9천억 원에서 1조 4천억 원, 6.1% 증가했다.

R&D 예산 대폭 삭감 '된서리'…올해보다 16.6% 감소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연구·개발(R&D) 제도 혁신방안과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R&D는 대폭 삭감 '된서리'를 맞았다. 올해 31조 1천억 원에서 25조 9천억 원으로 5조 2천억 원이나 줄었는데 감소율이 무려 16.6%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집권 후 지난해 처음으로 직접 편성한 예산안인 '2023년 예산안' 총지출 증가율을 5.2%(국회 확정 예산 기준 5.1%)로 설정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이 8.7%였던 전임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서 이른바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 지출 증가율을 올해 5.1%보다 대폭 축소된 2.8%로 억제했다"고 밝혔다.
 
내년 예산안 총지출 증가율 2.8%는 정부가 재정 통계를 정비한 2005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본예산 기준)이다.
 
이명박 정부 2010년 예산과 박근혜 정부 2016년 예산 총지출 증가율 각각 2.9%보다도 0.1%p 낮은 수치다.

추경호 부총리는 "2.8%의 지출 증가율은 건전 재정을 지켜내기 위한 정부의 고심 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2023년 예산안과 함께 발표한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는 내년 예산 총지출이 올해보다 4.8% 늘어난 669조 7천억 원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경기 침체 여파로 올해 역대급 '세수 펑크' 즉, 결손이 확실시되는 데 이어 내년에도 심각한 세수 부진이 우려되자 정부가 내년 총지출을 애초 계획보다 대폭 축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추경호 "건전재정 고려해 내년 총지출 증가율 0%도 검토"


'2024년 예산안' 분야별 재원 배분. 기재부 제공


정부는 29일 발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 국세수입 규모를 367조 4천억 원으로 예상했다.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의 418조 8천억 원은 물론, 올해 국세수입 예산 400조 5천억 원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올해 상반기 국세수입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약 40조 원이나 적어 하반기 수입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연간 예산 400조 5천억 원 대비 무려 44조 원을 넘는 결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내년에도 경기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정부가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과감하게 지출을 늘려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는 요구가 크지만,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 견지'를 이유로 일축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미래 세대 부담을 통해 눈앞에 보이는 손쉬운 이득을 얻겠다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추 부총리는 "건전재정을 염두에 두면서 여러 재정 지출 시나리오를 검토할 때 내년 지출 증가율을 0%로 동결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는 대규모 국채 발행 지속을 통한 재정 지출 확대라는 인기영합적인 쉬운 길 대신 미래를 위해 어렵지만, 꼭 가야 하는 길을 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지출 증가를 억제하는 대신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으로 복지 등 필수 소요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재정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재정 누수 요인을 차단해 약 23조 원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설명이다.
 

"보조금과 R&D 등 24조 지출 구조조정"…내역 공개는 거부

 
박종민 기자

앞서 정부는 지난해 2023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도 통상 10조 원 안팎을 넘는 역대 최대 24조 원 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벌였다.
 
그러나 당시는 상당 부분이 코로나 관련 사업 축소 또는 종료에 힘입었던 만큼 실질적인 구조조정 규모는 이번이 훨씬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지출 구조조정 초점은 2022년 기준 102조 원을 넘은 보조금과 지난해 처음 30조 원을 돌파(31조 1천억 원)한 R&D 예산에 맞춰졌다.
 
추경호 부총리 설명에 따르면 1만 개 이상 사업을 검토해 총 23조 원이 구조조정됐는데 이 가운데 R&D 구조조정이 7조 원, 보조금 구조조정이 4조 원이다.
 
정부는 그러나 "주요 사업 중심으로라도 지출 구조조정을 겪은 사업 내역과 사유를 공개해 달라"는 기자들 요청은 거부했다.

기재부 유수영 행정국방예산심의관이 "행정안전부가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을 올해 65억 원에서 50%를 감액해 33억 원 정도로 요청해 그대로 수용했다"고 밝혔을 뿐이다.

김동일 예산실장은 "예산 삭감으로 피해를 보는 측과 늘어서 혜택을 보는 측 간 불일치가 있어 이를 일일이 맞춰가며 설명하기가 굉장히 부담스럽다"는 걸 거부 사유로 들었다.
 
정부 입맛에 따른 자의적 지출 구조조정 논란을 불식하기에는 역부족인, 석연찮은 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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