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서이초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 담당 학급에서 아이들 간 다툼, 이른바 '연필사건'의 가해 학생 학부모가 경찰과 검찰에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유족 법률대리인 문유진 변호사와 경찰 등에 따르면 '연필사건' 가해 학생의 학부모는 경찰청 소속 경찰관과 검찰 수사관이다.
연필 사건은 지난달 12일 서이초 교사 A씨가 맡은 학급에서 B학생이 C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긁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후 A씨는 지난 18일 사망하기 전까지 학교에 10차례 정도 업무 상담을 요청했는데, 상담 요청 기록에 '연필 사건'이 언급돼 있다.
상담 요청 내용에는 '연필 사건이 잘 해결돼 안도했는데,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 소름 끼쳤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B학생의 어머니인 경찰관은 A씨가 숨지기 6일 전인 지난달 12일 오후 업무용 휴대전화로 두 차례 통화를 했고, 문자메시지도 남겼다. B학생 아버지인 검찰 수사관은 이튿날 학교를 방문해 A씨를 만났다.
일각에서는 최근 '학부모의 범죄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경찰의 발표가 수사 외압이나 제 식구 감싸기의 결과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종합적으로 볼 때 A씨의 사망동기와 관련해, 범죄 혐의로 포착되는 부분은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A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다 살펴봤지만, (연필 사건) 학부모가 (A씨의) 개인전화로 전화한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에서는 수사외압이나 제 식구 감싸기 의혹에 대해 완강히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경찰관은 고위직이 아닌 데다, 직접 수사하는 부서에서 근무하는 것도 아니"라며 "수사에 영향을 줄 만한 위치와 자리에 있지 않기에 외압은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해당 경찰관의 직급은 경위로, 특채 출신이다. 경위는 과거 파출소장 등 간부급으로 분류되기도 했었지만, 현재는 경위가 너무 많아 실무자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애초 수사에 대한 불신을 경찰 스스로 초래한 지적도 나온다. 사건 발생 초기 한 언론에 A씨의 우울증 정황이 담긴 일기장이 보도되면서 경찰이 A씨의 죽음을 우울증으로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언론 보도의 경위는 아직 알지 못한다"면서 "사건의 진상 규명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