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은 피해자 가정을 어떻게 산산조각냈는가

'스쿨존 음주 참변' 이후 130여 일
피해자 유족 깊은 불안·자책

신석우 기자

"그냥 모든 게 다… 제가 여러 인터뷰 나오면서도 발언이 잘못되진 않았는지, 재판에 있어 제가 실수를 한 건 없었는지… 승아를 병원에서 지켜볼 때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자괴감 같은 것도 갖고 있었고 모든 면에서 매우 힘들었습니다."

21일 오후 대전지법 제12형사부(나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 피해자의 가족이 증인석에 섰다. 바로 지난 4월 음주운전 차량에 의해 9살에 생을 마감한 배승아 양의 가족이었다.

대낮에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일어난 사건. 60대 운전자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의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

사건이 발생한 지 130여 일이 흘렀고 현재 운전자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따로 있지만 깊은 자책감은 도리어 피해자 유족들을 누르고 있었다.

아이를 살리지 못했다는 자괴감을 느꼈고, 자신들이 잘못이나 실수한 것은 없는지 끝없이 돌아보고 있었다.

피해자의 오빠는 재판에서 "동생과 관련된 물건을 보거나 추억이 떠오르면 계속 가슴이 두근거리고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다"고 말했고, "모든 게 다 불안하다"고도 털어놨다.

피해자 어머니에 대한 증인 신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아이가 메던 가방을 멘 채 법정을 찾았다.

연합뉴스

검찰은 음주운전 범죄가 미친 피해의 정도를 객관적 자료로 제출하기 위해 유족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피해자들에 대한 감정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범죄 피해 평가 보고서 등도 증거 기록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사실상 4월에 멈춰버린, 산산 조각난 피해자의 일상과 가정의 모습에 대한 책임을 가해자에게 묻겠다는 취지다.

유족들은 이런 아픔을 누구도 겪지 말아야 하기에 음주운전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승아양의 오빠는 "피고인은 사고 이후부터 현재까지도 연락조차 한 적이 없으며 반성문만 제출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운전자 A씨는 지난 4월 8일 오후 2시 20분쯤 스쿨존 내 도로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 0.108% 상태로 운전을 하다 중앙선과 보도를 침범해 배승아 양을 숨지게 하고 함께 지나던 어린이 3명에게 2~1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 위험운전 치사상 혐의가 적용됐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20일 열린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