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이른바 '상저하고' 기대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정부는 하반기 경기 반등의 열쇠를 수출로 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본격적인 반등을 위해 범부처적인 수출 지원 역량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전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수출이 바닥을 다지고 회복을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며 "오는 10월부터는 플러스 진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출은 지난달에도 지난해 7월보다 16.5%나 줄며(금액 기준) 지난해 10월부터 열 달째 전년 같은 달 대비 감소를 거듭했다.
이달 수출도 지난 10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3% 감소해 연속 감소 기간이 열한 달로 늘어날 게 확실시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금액이 아닌 물량 기준으로는 이미 지난 6월부터 수출이 증가로 전환됐다며 고무된 표정이다.
실제로 수출물량지수 증가율은 지난 5월 -0.3%에서 6월 7.5%로 반전했다.
특히, 우리 수출 주력품인 반도체 수출물량지수 증가율은 지난 4월 -1.3%에서 5월 8.1%로 반등한 뒤 6월에는 21.6%로 증가 폭을 한껏 키웠다.
'리오프닝' 효과커녕 '디플레이션' 날벼락?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6월과 7월 나타난 무역수지 흑자가 수출 감소보다 수입 감소가 더 커 나타난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도 반박했다.
불황형 흑자는 수출 감소보다 더 큰 수입 감소라는 '필요조건'과 수출과 수입 물량 동반 감소라는 '충분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수출 물량이 증가한 만큼 '불황형'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기재부 이승한 경제분석과장은 지난 11일 최근 경제동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오는 10월부터 수출 금액도 플러스로 전환되면 불황형이라는 말은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높디높은 정부의 수출 반등 기대감이 대형 암초를 만났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제에 빨간불이 짙게 켜진 것이다.
기대했던 '리오프닝' 효과는 고사하고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우리 정부가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수출 반등도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수출과 더불어 경기 회복의 또 다른 열쇠인 내수마저 부진한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전년 같은 분기보다 감소했다.
특히, 감소율이 지난해 4분기 0.2%, 올해 1분기 0.4%, 2분기 1.6%로 갈수록 커지며 부진이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국내에 공급된 국산 또는 수입 제조업 제품 금액을 바탕으로 산출되며, 내수시장 전체 동향 및 구조 변화 등을 보여주는 지표다.
정부 '상저하고' 기대 어그러질 가능성↑
내수 부진은 주요 소매판매 관련 최근 지표에서도 감지된다.
지난 6월까지도 두 자릿수 증가율(10.4%)을 지속했던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이 지난달에는 5.8% 감소로 돌아섰다.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이 전년 같은 달보다 감소하기는 지난해 12월(-0.5%) 이후 7개월 만이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석 달 연속 감소했던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달 2.6% 증가하는 데 그쳤고, 지난 6월 감소(-1.9%) 전환한 할인점 매출액은 지난달 증가율이 0.0%로 반등을 이루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달 카드 국내승인액 증가율이 역시 0.0%를 기록하면서 2021년 2월부터 지난 6월까지 29개월 연속 이어졌던 증가 행진을 마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일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에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앞서 지난 5월 전망 때 3.0%보다 0.5%p 내린 2.5%로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5%를 유지했는데 '상품 수출 증가 폭 확대 등이 소비 증가세 둔화를 상쇄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KDI는 그러나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면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1.5%를 크게 밑돌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경제의 극심한 침체로 우리 수출이 반등 전기를 맞지 못한 채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정부의 상저하고 기대가 크게 어그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