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겨눈 검찰의 네 번째 화살…李 서면진술 방패(종합)

17일 백현동 개발 배임 혐의 소환 조사
검찰 출석 앞서 지지자 수백명 만나
"尹 무능·실패 덮으려 없는 죄 조작"
檢, 250쪽 질문지·부부장검사 조사 준비
李, 30쪽 서면진술로 사실상 진술거부
심야조사 불가피…구속영장·기소 수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검찰이 성남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17일 소환했다. 검찰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민간업자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막대한 개발이익을 몰아준 것으로 의심한다. 이 대표를 상대로 250여쪽의 질문지를 촘촘히 준비했다. "한 푼의 사익도 취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이 대표는 서면진술서를 제출하고 사실상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피의자로 이 대표를 소환했다. 이 대표는 오전 10시 40분쯤 검찰청사에 도착해 "무도한 일을 벌인다고 이 무능한 정권의 정치 실패, 민생 실패가 감춰지지 않는다"며 간략한 심경을 밝힌 뒤 조사실로 향했다.

이 대표는 검찰청 출석에 앞서 오전 10시 25분쯤에는 서울 서초동 법원 삼거리에 운집한 지지자 수백명을 먼저 만나 미리 준비한 A4 용지 2장 분량의 입장문을 꺼내 읽었다. 이 대표가 나타나기 약 1시간 전부터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연신 "이재명"을 외치며 호응했다.

이 대표는 "벌써 네 번째 소환"이라면서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실패를 덮으려 없는 죄를 조작해 뒤집어씌우는 국가폭력, 정치검찰의 공작수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저에게 공직은 지위나 명예가 아니라 책임과 소명이었다"며 "위임받은 권한은 오직 주권자를 위해 사용했고 단 한푼의 사익도 취한 적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제게) 티끌만한 부정이라도 있었다면 10여년에 걸친 수백번의 압수수색과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 대표는 소환 이틀 전인 지난 15일 자신의 서면진술서 요약본을 미리 공개한 바 있다. 그는 "용도 변경은 민간업자 로비가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토교통부, 한국식품연구원의 요구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백현동 개발 부지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상향한 것이 특혜라는 주장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이 대표 측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백현동 사업에서 빠진 것을 두고서도 "애초 참여를 검토했다가 영향 평가 결과 변동성이 큰 점을 고려해 참여하지 않았다"며 "성남도개공의 사업 참여가 용도 변경 조건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민간업자들이 백현동 개발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 성남도개공의 배제를 로비스트 김인섭씨를 통해 청탁한 것으로 판단한다. 검찰은 또 이 대표가 백현동 개발 과정에서 인허가권을 행사한 최종 결정권자로서 민간업자가 3180억원의 분양이익과 700억원의 배당이익을 챙기도록 청탁을 들어준 것으로 본다.



수사팀은 이날 조사 내용이 방대해 심야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심야 조사는 당사자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앞서 위례·대장동 의혹 소환 때도 밤 10시 30분쯤 조사가 끝났다. 검찰은 이날 미리 준비한 질문지 250여쪽을 모두 소화해 묻고 이 대표의 입장을 철저히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반부패1부 최재순 부부장검사가 이 대표를 상대로 직접 질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앞선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의 모든 질문에 구두로 답변하지 않고 진술서 내용으로 갈음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약 30쪽의 진술서를 준비해 이날 조사 시작과 함께 검찰에 제출했다. 이 대표 변호인은 "검찰이 이미 기소 방향을 정해놓고 소환을 해 진술서로 갈음할 것"이라며 "다만 조사 과정에서 필요하면 이 대표가 직접 보강 진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의 조사를 마친 뒤 조사 내용과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염려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원지검에서 수사하는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백현동 사건을 한데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며 "저를 위한 국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회기 중 영장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꼼수는 포기하라"고 말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상관 없이 이 대표의 백현동 의혹 관련 기소 자체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백현동 의혹의 로비스트이자 이 대표의 성남 '비선실세'로 지목된 김인섭씨와 민간업자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 두 사람은 모두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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