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7일 부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장례 절차를 모두 마치고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국으로 출국한다. 부친상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을 맞았지만, 예정된 정상외교 일정을 차질 없이 소화해 국정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오는 18일 미국 워싱턴DC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의를 갖는다. 이어 정상 오찬에 참석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3국 정상 간 협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미일 정상회의는 윤 대통령 취임 후 지난해 6월 마드리드, 11월 프놈펜, 올해 5월 히로시마, 이번까지 4번째로 역대 가장 빈번하게 개최됐다.
한미일 정상이 별도의 3자 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한미일 정상회의는 1994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처음 열린 이래 지금까지 총 12차례 회의가 있었고 모두 국제 다자회의 계기로 열렸다.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 한일 양자 정상회담도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3국은 이번 만남에서 안보협력의 핵심 골격을 만들고 제도화를 할 전망이다. 한미일 군사훈련 정례화 등 안보·군사적 차원뿐 아니라 인공지능(AI)·사이버·경제안보 등 비군사 문제까지 다각도로 다루는 3국간 협의체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는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3국 공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공동 대응도 주요 의제다.
윤 대통령은 16일 보도된 블룸버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한미 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분명하고 변함없는 목표이며, 국제사회는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지속적이고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며 북한 정권의 고립과 체제 위기만 심화될 것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확장억제와 관련하여 한미일 간 별도의 협의에도 열려 있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공급망에 대해선 "3국 공급망에 대한 정보 공유와 함께 조기경보시스템(EWS) 구축 등 구체적인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일 경제협력과 관련해서도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AI(인공지능), 퀀텀(양자), 우주 등 핵심신흥기술 분야에서 공동연구 및 협력을 진행하고, 글로벌 표준 형성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수출통제 조치 등에 대해서는 "한국도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국가로서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수출통제 논의에 적극 참여중이며, 앞으로도 수출통제 제도 운영과 관련하여 주요국들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인 장소 '캠프 데이비드'…바이든, 외국 정상 첫 초청
이번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캠프 데이비드는 워싱턴DC에서 100㎞쯤 거리의 메릴랜드주 캐톡틴 산맥에 위치해 있다. 1943년 루즈벨트 미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이 2차 세계대전과 관련해 논의한 곳이며, 1978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평화교섭인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 도출된 역사적인 장소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번 회의가 개최되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캠프 데이비드에서 외국 정상을 초청한 최초의 사례가 된다"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일 협력에 부여하는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2008년 4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초청으로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역대 두 번째 방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공동 성명 외에도 장소 명칭을 붙인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이라는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14일 3국간 핫라인 개설과 군사 위기시 협의 의무를 비롯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담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일정을 마친 18일 저녁(현지시간)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