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7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국내 최고 수준의 대형 상급종합병원 안에서 벌어진 상황인데도 '골든타임' 안에 처치가 안 됐다는 점에서 많은 충격을 줬었는데요.
이 사건을 계기로 '필수의료' 현실의 문제, 심각성이 알려지게 됐고 정부도 올 초 관련 대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저희 CBS 복지팀은 최근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이 필수의료 문제를 집중취재했는데요. 오늘 현장의 모습, 직접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이은지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네. 이 필수의료가 (일반적으로)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이걸 지칭하는 거 맞죠?
[기자]
네 맞습니다.
[앵커]
이번 기획 기사에서는 '지역완결형 필수의료'라는 키워드가 등장하는데 이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거든요. 설명을 좀 해주세요.
[기자]
네, 쉽게 말해 그 지역에서 발생한 환자에 대한 의료대응, 즉 응급처치부터 입원·치료까지 해당 지자체에서 모두 해결되는 형태의 필수의료라고 보시면 됩니다. 가령 아까 말씀하신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도 최종치료가 '원스톱'으로 불가능했던 건데, 이를 위해 시·도를 넘나드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나온 개념이고요.
사실 필수의료 문제의 해결책으로 흔히 대형병원의 물리적 자원과 인력 지원 강화를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고난도 수술 등이 가능한 상급종합병원 등이 권역별 거점 역할을 하다 보니까 당연히 필요한 부분입니다만 또 그게 전부는 아니거든요.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일수록 1·2차 의료기관이 하는 역할들이 중요하기도 하고요.
인구가 적은 외곽 지역의 경우, 수지타산이 안 맞으니 필수의료 수요를 민간이 커버하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이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병원'인 지역 의료원을 중심으로 응급 및 소아진료 현장을 살펴봤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수도권에 있는 대형병원에 대한 지원이나 인력 충원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런 말씀인데 그래서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그리고 이천병원의 응급실 야간상황을 직접 다 보고 오신 거죠?
[기자]
맞습니다. 경기도는 땅덩어리가 큰 만큼, 도심과 비도심의 인프라 차이가 큰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인데요. 응급의료의 지역적 격차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지역을 선정했습니다.
먼저 수원병원은 시청과 도청에서 6~7km 정도 거리로 비교적 중심권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또 같은 수원시 내에 '24시간' 응급의료기관이 7곳이라, 상대적으로 적은 편은 아니라는 특징도 있습니다.
제가 지난 6월 말 평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7월 초 주말 밤 네 시간 정도를 지켜봤는데, 확실히 '로컬 베이스' 진료가 많다고 느꼈습니다.
[앵커]
'로컬 베이스'라면 인근 주민들이 많이 찾는단 거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틀을 통틀어 제가 본 가장 응급도가 높은 케이스는 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환자였고요. 물론 여기서도 아주대병원 등으로 전원(轉院)을 보내야 하는 경우가 없진 않지만, 적다는 거죠.
반면 이천시는 야간·휴일이 24시간 커버되는 곳이 이천병원밖에 없다 보니 사실상 거점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면적은 수원의 약 4배지만 인구는 5분의 1 정도다 보니 당연한 결과라 볼 수도 있지만, 응급실이 거의 상시 포화상태인 겁니다. 광주시와 여주시, 양평군, 충북 진천 등에서도 환자가 오는 상황이고요. 중증도도 전반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강현솔 응급실 과장의 말로 한 번 들어보시죠.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강현솔 응급실 과장]
"(다른 병원으로 이송) 가는 동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여지도 많고 하기 때문에 엔간해서는 다 수용을 하고 그래버리면 이제 응급실이 그때부터 난리가 나는 겁니다. 저 혼자 일하는데 중환자 2명 있으면 아예 응급실은 그때부터 마비거든요."
[앵커]
인접 지역에서도 환자들이 많이 오는데 중증환자 두 명이면 응급실이 거의 마비되는, 그런 상태라는 거예요? 너무 심각한 거 아닙니까?
[기자]
네, 심각하죠.
이천병원은 당직의사 1명, 간호사 세 명이 '나이트' 당직을 섭니다. 응급실에서 환자의 응급도·중증도를 판별하는 도구인 케이타스(KTAS·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 상 레벨이 높은, 난이도가 있는 환자에 대한 응급처치를 하면서 전원할 병원을 직접 수소문하고, 또 새로운 중증환자가 와서 받다 보면 여력이 없다는 거고요.
[앵커]
단 4명이서 그렇게 일하는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타 병원으로 전원이 완료될 때까지 일체의 안전 책임도 의사에게 있습니다. 실제로 상태가 굉장히 위중했던 소아 천식환자의 경우, 강 과장이 직접 구급차에 동승해서 삼성서울병원까지 이송했던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이송과정에서 환자가 자칫 잘못될 수 있겠단 판단에 더해서 당시 응급실에 그 정도 수준의 중환자는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단입니다.
[앵커]
그럼 그 응급실은 이제 (잠시) 비어있었던 거네요, 의사 없이.
[기자]
그렇습니다.
업무 부하가 커질수록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기 어렵단 점에서 응급실은 다른 진료과와 달리 '가장 힘든 환자'가 많이 몰렸을 때를 기준으로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게 현장 의견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소아진료 현장도 돌아보셨다고 하는데, 서울에서도 지금 '소아과 오픈런'이 화제가 계속 됐었잖아요. 이 현실은 좀 어땠습니까?
[기자]
네, 제가 다녀온 지역은 관광지로 유명한 충북 단양군인데요. 도(道)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인구감소지역'(행안부 지정)입니다.
관내 소아과가 한 곳도 없어서 아이가 아프면 제천서울병원이나 명지병원까지 나가야 하는데, 이게 대중교통으로 1시간 이상 걸리거든요. 대기시간까지 더하면 가서 진료 받는 데만 최소 두 시간 이상은 잡아야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군 보건소에서 충주의료원에 '소아과 전문의를 파견 형태로 좀 보내줄 수 없겠느냐', 이렇게 요청을 한 거예요. 그래서 지난달 초부터 의료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이 매주 목요일마다 단양군 순회진료를 시작했고요.
사실 소아는 성인과 달리 급성이 많아서 '주1회, 4시간 진료'는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횟수를 더 늘리기도 어려운 게 의료원도 소아과 전문의가 딱 한 명뿐이라서, 단양 출장은 하루 휴진을 감수하고 보내고 있거든요.
때문에 소아청소년과장도 "당장 '오늘' 열나는 아이를 진료한다는 생각으로 온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단양에서 한 시간 거리인 충주도 그리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닌데요. 소아과와 함께 필수의료에 속하는 산부인과의 경우, 건대충주병원에 분만 담당 의사가 한 명뿐인 상황입니다.
지방은 필수의료 쪽 구인이 더 '하늘의 별따기'라는 건데 윤창규 충주의료원장의 음성으로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윤창규 충주의료원장]
"하도 젊은 의사들이 안 오니까 할 수 없이 나이 드신 분들을 우리가 영입할 수밖에 없어서, 지금 (전문의) 33명 중에 18명이 60대 이상이고, 70(세) 넘은 분도 나를 포함해서 4명이나 있어요."
이처럼 어렵게 구한 인력도 대부분이 '시니어'다 보니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의료취약지일수록 이런 지역 의료원 같은 공공병원이 필수의료의 수요를 맡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취재 결과네요. 그런데 인력이 (뒷받침이) 안 되는 거고… .
[기자]
그렇습니다. 이곳들은 대개 예외없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됐던 병원들인데, 팬데믹 여파까지 겹쳐져서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정부가 강조하는 '지역완결형 필수의료'를 위해서는, 이들이 안정적으로 인력을 수급할 수 있는 방안뿐 아니라 실질적인 회복기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앵커]
네, 이은지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