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제삼자 변제'를 거부한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故 박해옥 할머니(1930~2022)의 배상금 공탁 불수리 결정에 따른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전주지법은 민사12단독(강동극 판사)는 지난 14일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노역 피해자인 박해옥 할머니의 배상금 공탁 불수리에 대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민법 채권편의 규정은 채권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민법 제469조에서 규정하는 제삼자의 변제 역시 채권자에게 이익이 되거나 채권자의 의사에 합치한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청인은 이 사건 제삼자 변제와 관련하여 법률상 이해관계가 전혀 없다"며 "신청인과 피공탁자의 의사가 충돌할 경우에 신청인의 의사를 피해자(채권자) 측 의사보다 우선시킬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사건 채권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채권 중에서도 가해자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위자료"라며 "채무자에게 제재를 부과함과 동시에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현저히 큰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채권자가 명시적으로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이해관계 없는 제삼자의 변제를 허용하는 것은 손해배상제도의 취지와 기능을 몰각시킬 염려가 있다"며 "사건 채권자는 본래 자신이 갖고 있던 채무자에게 배상책임을 직접 추궁할 수 있는 법률상 지위나 권한이 제삼자에게로 넘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지난 3월 2018년 대법원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노역 피해자와 유족 총 15명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일본 피고기업 대신 행안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지급하는 제삼자 변제 해법을 제시했다.
이후 원고 15명 중 생존 피해자 1명을 포함한 11명이 이 해법을 수용했으나, 생존 피해자 2명과 사망 피해자 유족 2명 등 4명은 수용을 거부했다. 이에 정부는 이 같은 해법을 수용하지 않은 피해자와 유족 등 4명에게 지급할 예정이던 배상금을 법원에 맡기고자 했다.